포스코-어민 4년 만에 보상합의 불구 조사기관 선정부터 난항
실제 조사는 11월부터… 내년 5월 완공 전 조사 불가능
포스코가 포항신항 준설에 따른 어민피해 보상에 합의하고 피해액 산정을 위한 조사가 시작됐지만 제대로 될지 미지수다. 피해조사가 착공 4년이 넘은데다 조사 도중에 공사가 끝날 가능성이 높아 제대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포항지역 어민 1,700여명으로 구성된 3개의 어업피해대책위원회와 포스코는 지난달 20일 포스코 본사에서 대책위가 추천하는 전문기관 조사 결과에 따라 포스코가 피해를 보상한다는 데 합의하고 2개월 이내에 포항수협에 50억원을 예치하기로 합의했다. 양 측은 포스코 법무팀의 검토를 거쳐 이달 중 약정서에 최종 서명할 방침이다.
앞서 포스코는 2년 전 공정률 85% 상태에서 중단했던 준설공사를 7월28일부터 재개, 8월말 현재 88%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항만청에 내년 5월10일까지 완공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이보다 더 빨리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보상까지는 산 넘어 산
하지만 실제 보상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는 지적이다.
관련 기관에 따르면 어민피해 조사 기간은 약 14개월이나 걸리지만, 공사는 내년 봄이면 끝난다. 준설공사 완료 후 정확한 피해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착공 4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그 이전의 어민소득 확인과 수중생태계 상황, 또 이를 고려한 실제 어민 피해규모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조사기관 선정도 골칫거리다. 관련 어민단체가 3개나 되다 보니 추천 업체도 3개나 된다. 지난 1일 포항수협에서 열린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회의는 어민단체별로 서로 자신들이 추천하는 업체가 선정되도록 다투는 바람에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 13일 회의에서 어민 추천 3개 업체를 대상으로 포스코가 전자입찰을 통해 결정하는 데 합의했지만, 업체선정 기간 등으로 실제 조사는 11월이나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피해어민 대부분이 몰랐던 공사… 어민분열도 불씨
포항에는 포항구항을 비롯, 남쪽의 포항신항, 북쪽의 컨테이너 부두가 있는 영일만항 3개 항만이 있다.
이 중 문제가 된 곳은 포스코를 비롯한 포항철강공단 입주업체 전용항이나 다름없는 포항신항이다. 포스코는 대형화물선 접안을 위해 ‘포항신항 수역시설 증심 준설사업’을 실시키로 하고, 2010년 6월부터 준설공사를 착공했다. 176만3,000㎡의 수역에 1,230억원을 들여 283만5,000여㎥를 준설, 수심 10~20.7m를 19.3~20.7m로 균일하게 하는 공사다.
공사가 완료되면 현재 20만톤급인 접안선박 규모가 30만톤급으로 높아지고, 대형선박 접안이 가능해짐에 따라 물류비도 절감할 수 있다.
당초 지난해 10월 완공예정이었지만 2010년 9월 어민 반발로 공정 85%에서 중단됐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 일대 어민들이 어획량이 줄고, 흙탕물이 이는 것이 의심스러워 확인한 결과 6㎞ 떨어진 포항신항의 준설공사를 알게 됐다. 어민단체인 ‘포항지역어민회’는 2012년 8월말 포스코와 포항지방해양항만청에 공사 중단 및 해상오염 대책을 요구했고, 포스코 측은 “준설토 적치장이 포화상태”라는 명분으로 공사를 중단했다.
당시 포스코와 항만청은 “어민들이 피해를 주장하는 구역은 항만경계선 안쪽으로, 항만청의 허가를 받아 하는 한정어업구역”이라며 “이 경우 어민들은 어떤 피해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스코는 보상협상에 나섰으나 맨 처음 154억원을 제시한 포항지역어민회가 110억원으로 낮췄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최근까지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 동안 선 보상(공탁) 후 조사를 요구해 온 어민들은 환경영향평가 설명회에 어민들은 단 1명도 참석하지 않았고, 준설사업 전 포항시가 어민피해 우려를 제기했던 점 등으로 미뤄 졸속 평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어민들의 주도권 다툼으로 제대로 지적되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임종대 포항지역어민회장은 “환경영향평가와 주민설명회가 졸속적으로 이뤄졌는데 어민들끼리 싸우느라 제대로 따져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시어민회 왕영의 회장도 “피해조사에 1년 이상 걸리는데 공사가 다 끝난 뒤 정확하게 손실 규모를 측정할 수 있겠냐”며 “어민들이 지금이라도 단합해서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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