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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자본 잡기 글로벌 경쟁...한국은 구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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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자본 잡기 글로벌 경쟁...한국은 구경 중

입력
2014.09.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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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채권 수쿠크 발행

英ㆍ홍콩 이어 룩셈부르크도 채비

국내선 3년전 특혜 논란에 도입 실패

◆수쿠크란? 이자 지급을 금지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이자 대신 배당금이나 부동산 임대료 등의 형태로 수익을 돌려주는 채권.
◆수쿠크란? 이자 지급을 금지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이자 대신 배당금이나 부동산 임대료 등의 형태로 수익을 돌려주는 채권.

갈수록 덩치를 키우는 이슬람 자본을 잡기 위한 세계 금융 강국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비 이슬람 국가로는 영국에 이어 이달 초 홍콩이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를 성공리에 발행한 데 이어, 룩셈부르크와 골드만삭스까지 조만간 수쿠크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이들의 행보는 모두 당장의 이득보다는 미래의 수익원 창출을 위한 투자 성격이 강하다. 몇 해 전 때아닌 종교차별 논란 속에 수쿠크 도입에 실패했던 우리로서는 미래의 자금줄을 이대로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이른바 이슬람 금융 허브를 노리는 국가 가운데 영국, 홍콩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룩셈부르크도 올해 안에 수쿠크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뿐이 아니다. 2011년 HSBC의 발행 성공에 이어 최근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금융사들도 수쿠크 발행을 위해 주간사 선정을 마치는 등 잰 걸음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공통 목적은 오일머니를 중심으로 한 막대한 이슬람 자본 유치. 무디스 등 국제금융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연 평균 15%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슬람 금융시장은 지난달 말 기준 2조 달러 규모를 넘어섰다. 수쿠크 시장의 성장세는 더 가팔라 2018년에는 3조4,000억달러로 2010년의 8배 규모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막대한 재정흑자로 해외 자금조달이 아쉬울 것 없는 홍콩이 수쿠크 발행에 나선 것은 역내 이슬람 금융 허브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발행된 수쿠크는 인기도 높았다. 영국은 2억 파운드 발행에 11배가 넘는 23억 파운드가 몰렸고 홍콩 역시 10억 달러 모집에 47억 달러가 응찰했다. 각각 중동계 자금이 36, 37%에 달할 만큼 이슬람 자금의 반응도 뜨거웠다.

종교적 이유로 이자 수취를 금지하는 이슬람 자본 유치를 위해 각국은 관련법까지 속속 개정하고 있다. 홍콩은 작년과 올해에 걸쳐 양도소득세 등 관련 규정을 개정했으며 룩셈부르크 역시 올 7월 부동산 관련 세제 등을 개정했다. 일본도 2008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 자회사의 이슬람 금융 취급을 가능케 했으며 가톨릭이 국교인 필리핀조차 이슬람 율법이 금지하는 주류, 돼지고기 등 사업을 제외한 이슬람 주가지수 연계 펀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수쿠크 도입을 위한 정부의 관련법 개정안이 2009년 국회에 제출됐으나 ‘이슬람교에만 특혜를 준다’ 등의 종교색 논란 속에 2011년 결국 폐기 수순을 밟았던 국내와는 대조적이다.

국내에선 현재 수쿠크 도입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자조달이 절실했던 몇 년 전에 비해 자금사정이 나아진데다 (자금 유입이 가져올) 원화 강세도 부담이어서 현재로선 수쿠크 재도입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 정권 실세 의원들의 반대로 거부된 법안을 정부가 다시 추진하긴 어려울 거란 현실적 이유도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수쿠크는 당장의 자금 필요성보다는 국가 경쟁력을 보고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최근의 무관심은 수년 전만 해도 주요 정책으로 강조되던 금융허브 전략에 현 정권이 어느 정도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와 오히려 관련이 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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