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로스쿨·의학 전문대학원 70% 입학정원 20~30% 선발 기준 어겨
"대학들에 행정·재정적 인센티브 줘 지역 출신 학생들 채용을 독려해야"
지방대학을 강화하고 지역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방대 의학계열과 로스쿨 신입생 선발시 지역 학생 비율을 할당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대학육성법)이 올해 첫 시행됐지만, 지방대 10곳 중 7곳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2015학년도 지역균형인재 특별전형 모집계획’에 따르면 지방대 32곳 중 22곳(69%)이 지방대학육성법 시행령에서 권고한 지역 학생 선발 비율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방대학육성법은 인기 학과의 지역 고교생이 일정 비율 이상이 되도록 권고하고, 시행령에서 전국을 대구ㆍ경북권, 충청권, 호남권, 부산ㆍ울산ㆍ경남권, 강원권, 제주권의 6개 권역으로 나눠 의예과, 한의예과, 치의예과의 학부 입학 정원의 30% 이상을 지역 고교 졸업생으로 뽑게 했다. 법학ㆍ의학ㆍ치의학 등 전문대학원은 20% 이상의 해당 지역 대학 졸업생을 선발(강원, 제주권은 지역 여건을 고려해 학부 15%, 전문대학원 10% 이상 선발)하도록 했다.
지방대학육성법은 올초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한 신입생 106명 중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이 88명(83%), 부산대 로스쿨은 신입생 122명 중 101명(82%)에 달할 정도로 지방 대학 인기학과에 서울 학생들의 쏠림현상이 심각해짐에 따라 나온 대책이다. 서울 출신 학생들이 지방대 로스쿨이나 의대를 나온 후 지역에서 변호사, 의사로 개업하지 않고 다시 서울로 진출해 지역간 균형발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교육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방 로스쿨 11곳의 입학생 932명 중 73%(682명)가 서울 소재 대학 졸업생으로, 지방대 졸업생은 30% 미만이다. 지방 의학ㆍ치의학ㆍ한의학 전문대학원의 경우도 올해 신입생 1,199명 중 53%(639명)이 서울 지역 대학 졸업생이었다. 충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 24명 중 20명(83%)이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이고, 전북대 치의학대학원은 40명 중 28명(70%)이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왔다.
그러나 지방대학육성법이 첫 도입된 올해 입시에서 한림대 의예과는 모집정원 76명 중 단 4명(5%)만 지역 고교 졸업생에 할당했다. 대전대 한의학과도 72명 중 5명(7%)만 할당했다. 신입생 모집 규모가 큰 대구한의대 한의예과도 108명 중 10명(9%)만 지역 고교 졸업생의 몫으로 정했다.
법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육성법은 “지방대학의 장은 지역의 우수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의대 한의대 치대 입학자 중 해당지역 고교를 졸업한 사람 수가 일정비율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학들이 이 조항을 지키지 않아도 마땅히 제재할 조치가 없어 애초부터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유기홍 의원은 “각 지방대의 지방 출신 학생 비율이 더욱 낮아지고 있는 만큼 대학들에게 행정ㆍ재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지역 인재 채용을 독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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