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영수 칼럼] 잉여인간은 없다!

입력
2014.09.16 20:00
0 0

불행함정 수두룩한 현실

불일치 해소로 갈등 풀어야

세대간 협업모델이 출발점

한가위가 지났다. 명절은 안녕했는가. 대부분 고개를 가로젓는다. 행복했다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게 더 당연하다. 묵직하고 갑갑한 생활현실 탓이다. 재회가족 중 한 둘은 불행사회의 패배인생일 수밖에 없어서다. 교육, 취업, 결혼, 육아, 은퇴, 질병 등 곳곳에 불행함정이 수두룩하다. 설렘과 기쁨의 당위론적 명절이 푸념과 걱정의 현실론적 압박공간으로 변질된 배경이다. 묻지 않을 수 없는 안부소식은 십중팔구 후회를 동반한 고통분담으로 남는다. 뾰족한 수는 없다. 누구든 불행예비군이라 여차하면 미끄러진다. 미끄러지면 발버둥조차 무의미하다. 재도전의 부재다.

잉여(剩餘)가 시대화두다. ‘잉여=불행’의 등식결과다. 연령, 성별 불문의 대량실업이 포문을 열었다. 잉여인간은 변두리의 쓸모없는 사람의 폄하이자 자조다. 제도와 기득권이 방치하고 거부한 희생양이다. 대표사례가 노소그룹에 몰린 경제약자다. 이들에게 찍혀진 자의반 타의반의 주홍글씨는 낙인효과까지 덧칠된다. 반면 잉여만 있지는 않다. 사람이 필요한 과소공간도 많다. 귀향길에 봤겠지만 지방농촌이 대표적이다. 고령화와 과소화로 인력부족이 골칫거리다. 불일치(Miss-Match) 문제다. 정책개입은 이때 필요하다. 도시과잉과 농촌과소의 연결과제는 정책의 존재이유다. 이밖에도 잉여(구직)와 과소(구인)의 조정과 일치를 위한 자원결합의 필요는 많다.

불행압박은 세대초월의 공통이슈다. 잉여가 늘수록 생존경쟁은 격화된다. 호구지책의 일자리에 양보란 없다. 자의적 논리에 함몰돼 왕왕 불필요한 세대갈등마저 일으킨다. 노소대결적인 네 탓 논쟁이다. 당연히 무의미한 소모전이다. 불일치만 맞추면 상당부분 잉여갈등은 풀린다. 도시와 농촌만이 아니다. 성숙사회에 걸맞은 인식전환과 함께 적재적소의 자원결합이 이뤄지면 적어도 불행증가는 막을 수 있다. 상호착취 대신 세대융합의 관계설정과 미래모델도 꿈꿔진다. 물론 쉽잖다. 시간이 꽤 걸리고 까다로운 이해조정이 필수다. 그럼에도 꼭 넘어야 할 산이다.

어르신은 지혜롭다. 젊은이는 민첩하다. 둘이 손을 맞잡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전자는 방향은 잘 알지만 동력이 적은 반면 후자는 힘은 넘치는데 우왕좌왕한다. 둘을 조합하면 놀랄만한 성과의 도출여지가 충분하다. 급증하는 복지수요만 해도 세대융합적인 생산적 복지설계로 대응할 수 있다. 세대교류와 대화확보로 감정적인 계급장은 떼놓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엮어주는 게 관건이다. 필요하면 둘을 모으고 조정하는 세대초월적인 정책창구를 만드는 게 좋다. ‘세대교류청’처럼 일원화된 정부조직으로 기대효과를 높일 수 있다. 노소간의 개별적인 연결시도를 기다릴 게 아니라 정부차원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세대이해의 일치 작업을 위해서다.

노소간의 연대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활발한 세대교류와 접촉강화는 그 자체로 서로에게 이롭다. 재정압박 속의 감축성장과 인구변화로 추정컨대 미증유의 산적한 난제를 해결할 유력한 힌트일 확률이 높다. 고령대국 일본은 숙련전수와 청년정신의 세대결합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지혜주머니의 숙련지혜를 빌어 시대과제를 해결하려는 차원이다. 그럼에도 성과는 별로다. 물러서기 힘든 한계상황에 내몰리자 한정자원의 쟁탈전은 더 심화됐다. 우리에겐 반면교사다. 어영부영할 시간도 비빌 언덕도 없다. 더 악화되기 전에 상생효과를 극대화하는 협업구조가 시급하다. 이들의 연결자리를 제도적, 공식적으로 많이 만드는 것이야말로 세대융합적인 협업모델의 출발이다.

어르신과 젊은이는 경제적 약자다. 투명인간으로 취급받기 딱 좋다. 있지만 없는 존재로 무시되고 소외되기 십상이다. 한국사회의 불편하되 엄연한 현실이다. 강조했듯 이들 잉여인간에 대한 재조명과 재활용이 폐색의 한국사회를 극복할 꽤 괜찮은 돌파구일 수 있다. 버는 것 없이 쓰기만 하는 잉여라는 오명 대신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한 적극적 생산인구로 편입될 때 저성장, 고령화의 딜레마는 하나 둘 풀릴 수 있다. 이들이 계속 잉여로 남을수록 한국사회의 안정성장은 힘들어진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필요한 이도 없다. 잉여는 잠깐의 시행착오 혹은 과장된 오판사례에 불과하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한 취업박람회에서 졸업을 앞둔 한 고등학생이 취업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한 취업박람회에서 졸업을 앞둔 한 고등학생이 취업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