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62) 동양그룹 부회장이 법원의 가압류 절차 직전 빼돌린 미술품들 가운데 백남준과 클래스 올덴버그 등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선봉)는 지난 6월 이 부회장의 미술품 보관창고와 서울 청담동 서미갤러리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이 부회장 소유의 고가 미술품 수십 점을 확보했다. 지난해 10월 동양그룹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재산압류가 임박했던 이 부회장이 홍송원(61) 서미갤러리 대표를 통해 몰래 팔고자 빼돌려 뒀던 작품들이다. 이를 두고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수만명의 피해자를 낳은 현재현(65ㆍ구속기소ㆍ이 부회장의 남편) 동양그룹 회장 일가가 피해자 구제는커녕, 압류를 피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렸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었다.
압수된 미술품 중에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설치미술 작품 1점과 단색화의 거장 정상화의 작품 여러 점, 세계적 팝아트 예술가인 미국의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 1점 등이 포함돼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점당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미술품들이어서 현재 검찰이 보관 중인 작품들의 가치는 모두 수십억원대로 추정된다.
이 부회장 부탁을 받고 미술품들을 팔아주고 2점의 판매대금 15억원여을 넘겨주지 않은 혐의(강제집행면탈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는 홍 대표는 이날 구속됐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엄상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소명되는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우 남편인 현 회장이 구속수감 중인 점을 고려해 수사를 마치는 대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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