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승자 독식이다. 100 중 고작 1이 넘어갔을 뿐인데도 저울은 완전히 기울었다. 51이 똘똘 뭉치면 49는 늘 패자다. 대통령은 두 동강 난 나라가 싫지 않다. 위기는 기회였다.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대통합의 길을 가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년 전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수락하며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낸 2013년 신년사에서 이런 말도 했다. “국정의 중심을 민생과 국민대통합 약속 실천에 두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국정운영 철학입니다.” (…) 박 대통령 취임 1년 반이 지난 지금 100% 대한민국을 믿는 국민은 없다. 그가 약속한 지역갈등, 세대갈등, 계층갈등, 이념갈등 해소는 손톱만큼도 실현되지 않았다. (…) 최근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연령대별 지지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50~60대 이상에서 60%를 넘었지만,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10~20대와 30대, 40대에서 모두 60%를 넘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은 이런 모든 갈등이 응축된 결정판이다. 보수진영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ㆍ기소권 보장은 물론 특검을 야당에 양보하는 안에도 결단코 반대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여당이 유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 세월호 특별법 논란이 보수와 진보의 진영대결로 치닫는 데는 세월호 문제를 이해득실에 기반한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여권의 태도 탓이 크다. 정권 책임이라는 사태의 본질은 사라지고 정쟁과 진영싸움으로 비쳐지는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이 선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철저히 세월호 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노인층과 보수 성향의 유권자만 껴안고 20~30대 젊은이들과 야권 지지자들은 버려도 무방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세월호의 ‘세’자도 꺼내지 않고 유유히‘나홀로 행보’만 할 리가 없다. 추석 때 페이스북에 두 차례 명절 인사를 전했지만 세월호 특별법이나 유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진심 어린 말 한마디다. 정부ㆍ여당의 진상규명 의지가 확고하다는 의지만 보여주면 그걸로 족하다.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만나 “진상규명을 철저히 할 테니 조금만 참고 지켜봐 달라”고 말하는 게 그리 어려운가. (…) 박 대통령은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큰 잘못을 해도 좀처럼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지지계층의 여론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도 집토끼를 잃을 걱정이 없다는 얘기다. 현 상황에서 꽉 막힌 정국을 풀 수 있는 사람은 박 대통령밖에 없다. 51%만이 지지하는 반쪽 대통령으로 남을지, 아니면 100%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지에 대한 결단은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반쪽 대통령(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추석 차례상 대신 열일곱살 자식의 영정 앞에 과자와 음료수를 놓고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사람들이 있다. 저 달을 보면서도 눈물지을 것이다. 그래서, 고쳐 빌게 된다. 대통령도 저 달을 보기를, 청와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길 위에서 달을 보며 우는 유족들의 마음도 함께 볼 수 있기를. 정작 박근혜 대통령의 추석 덕담엔 세월호가 없다. (…) 그늘진 이들의 눈물과 한숨에 대한 공감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 함께 소원을 빌어 그 꿈이 이뤄졌으면 합니다”라는 말에서 ‘총화’나 ‘총력’ 외의 다른 목소리는 꺼리는 알레르기까지 보았다면 지나친 것일까. 애초 그에게서 원융(圓融), 혹은 세상을 두루 밝히는 달과 같은 구실은 기대하지 않았다. (…) 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일그러지고 뒤틀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5년 임기의 3분의 1을 앞둔 지금, 박근혜 정부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때도 그랬지만, 지금의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파행에서도 대통령은 정국을 수습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 되레 고집으로 정국 경색만 부추긴다. 그러고선 야당 쪽만 손가락질한다. 일이 안 되도록 상황을 꼬이게 한 것이 그 자신인데도 말이다. 그렇게 ‘일머리’가 없다는 것은 진작 알았어야 했다. 그는 70년대 후반 퍼스트레이디의 대역을 했다. 지금도 대통령의 대역을 하고 있는 것일까. (…) 선거 때 ‘준비된 대통령’을 표방했지만 준비한 게 무엇인지는 여태 보이지 않는다. 선거 구호 가운데는 자신에게 덜 우호적인 세대ㆍ지역ㆍ이념까지 아우르겠다는 ‘100% 대한민국’도 있었다. 현실은 정반대다. 당연히 진상이 규명되어야 할 세월호 참사를 일부러 진영 싸움으로 몰고 가는 바람에 폭식투쟁 따위 비인간의 야만을 불러오고, 국민을 이전보다 더 분열시켰다.”
-한가위에 대통령을 생각하다(9월 10일자 한겨레 ‘아침 햇발’ㆍ여현호 논설위원) ☞ 전문 보기
국가만 남고 있다. 사법부는 포섭됐고 시민사회는 공동화됐다. 국회엔 불임 낙인이 찍혔다. 아무것도 못 했지만 주범은 야당이고 아무것도 안 한 대통령은 구원자다. 민주정은 위기다.
“어느 모로 보나 집권세력의 책임이 큰 세월호 이슈가 야당을 위기로 몰아가는 현실은 가히 역설이다. 여당에 대해서는 위기는커녕 약화를 말하는 사람도 없다. 반면 야당은 리더십 차원뿐 아니라 도덕적 기반에 이르기까지 하루하루가 위태롭다. (…) 당 조직의 응집력이나 정책 역량에서 여당이 앞선다는 진단도 더는 새삼스럽지가 않다. (…) 이러다가 야당은 정치 엘리트 개개인이 활용하다 버리는 선거용 정당으로만 남을 뿐, 하나로 통합된 조직이자 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 (…) 단순히 당 조직력이나 리더십의 안정성 나아가 사회적 지지 기반에서 여야 간 우열 때문에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여당 우위체제의 이면에 국가 중심의 단원주의적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론을 지배하는 담론을 보더라도 민주주의보다는 국가주의에 가깝다. 갑작스럽게 “국가가 나서야 한다”거나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진 반면, 정치는 문제의 해결자가 아니라 문제 그 자체이거나 최소한 그 원인이라는 담론의 이데올로기적 효과는 강력하다. 국가나 대통령을 최후의 보루 내지 구원자로 호명하는 일이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공공 영역을 지배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국가가 국민의 전체 의사를 구현할 윤리적 존재로 부각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 세계 최고 수준의 범인 검거율을 보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범죄 발생을 줄이는 데 있음에도 검거와 처벌 중심의 여론이 압도적인 것은 국가와 개인 사이에서 응당 발전해야 할 자율적 시민사회의 역할이 공허해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국민적 운동을 불러일으키려는 접근이 낳는 부작용도 생각해볼 일이다. 대규모 운동을 바랄수록 의사(擬似) 국민적 합의를 앞세우게 된다. 당연히 시민집단들 사이의 이견과 차이를 동반하는 민주정치의 역할과 충돌할 때가 많다. 그럴 경우 정치적 이견을 초월해 보편이익의 구현자로서 국가를 불러들이기 쉬운데, 운동의 초기 단계에서 주창되는 “국민이 나서야 한다”라는 구호가 “국가(대통령)가 나서야 한다”로 퇴행하는 예가 대표적이다. (…) 군과 정보기관의 선거개입과 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에서 보듯 국가권력은 더욱더 응집적으로 되고 있다. 노조 등 자율적 결사체의 성장과 활동은 공공연히 억제되는 반면 유사 관변단체들의 공세는 노골적이 되고 있다. 정당 다원주의는커녕 무익한 흥분과 적대를 동원하는 여야 간 양극화 정치만 심화되었다. 그사이 중앙의 국가 관료제와 행정 권력만 빠르게 강화되고 있을 뿐, 지역사회도 시민사회도 민주정치도 길을 잃은 것이 오늘의 상황이 아닌가 한다.”
-왜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 무너질까(경향신문 ‘정동칼럼’ㆍ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 전문 보기
“승객을 마냥 기다려주는 친절한 기차는 세상에 없다. 승객이 열차 시간에 맞춰야 한다. 중국이 떠나고 일본이 떠나버린 횅댕그렁한 동북아역(東北亞驛)에 우리 혼자 달랑 내동댕이쳐진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 급행(急行)이 방금 떠났으니 다음 열차는 완행(緩行)일 게 분명하다. 국회는 지난 5월 2일 이후 134일 동안 한 건의 법률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 현재 국회에는 940여건의 여객선 안전, 노인 복지, 고리대금(高利貸金)업자 횡포 방지에 관한 법률안이 줄 서 있다. 그 가운데는 선장의 비상훈련과 위기 상황에서 승객을 안전하게 안내할 선원의 의무를 담은 선원법 개정안이 들어 있다. 이 마당에 여야는 세월호 진상조사특별법 제정 문제로 밀고 당기며 불법 파업을 계속 중이다. 세월호가 정쟁(政爭)의 바다로 떠내려가면서 안타까워하던 국민 눈길도 식어갔다. 정쟁 피해자는 또 세월호 유족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이란 병 속에 갇힌 나비 신세다. 현재의 국회법에선 3분의 1 의석만 있으면 예산안을 제외한 모든 안건에 제동을 걸 수 있다. (…)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본회의에서 무한정 의사진행 방해 발언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진행 방해 발언을 끝내려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ㆍ야의 완전 합의가 없으면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 없는 구조다. (…) 우리 국회의 정신 연령, 의식 수준, 타협 능력으로 보면 ‘국회 선진화법’ 이 아니라 ‘국회불능화(不能化)법’이라 불러 마땅한 법이다. (…) 나라 전체가 선진화법의 인질(人質)이 된 꼴이다. (…) 과반수 의결이란 비상 탈출구가 마련돼 있지 않은 체제는 걸핏하면 국가 의사 결정이 무한정 지체되거나 불가능해지는 사태를 맞는다. 우리는 그다음엔 헌법 위기, 국가 위기가 밀어닥친다는 걸 뼈저리게 체험했다. (…) 국가 운명에 대한 무거운 책임 의식을 대통령 말고 어느 누구에게서 찾겠는가. 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다. 해머와 쇠톱이 등장하는 난장판 국회의 재발(再發)을 막는다며 여당이 국회선진화법 도입을 주도할 당시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현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여ㆍ야를 불러 모아 대담한 대타협을 이끌어야 한다. (…) 민주당은 2003년 2월 18일 19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1명이 실종되고 151명이 부상을 당했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기억 창고에서 다시 불러내 봐야 한다. (…) 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다시는 이런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재난 관리 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획기적으로 개선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실천했는가.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나라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다. 국민의 압력이 필요하다.”
-이러다 東北亞 낙오자 된다(9월 13일자 조선일보 기명 칼럼ㆍ강천석 논설고문)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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