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악단 연희단팔산대 내일 첫 무대
“우리는 / 점점 / 신명이 / 난다. /한 다리를 / 들고 / 날라리를 / 불꺼나(하략)”
시인 신경림이 1973년 발표한 ‘농무(農舞)’다. 세상은 상전벽해가 됐다. 그러나 크고 작은 판을 거쳐 이제 18일 본격적인 첫 무대 ‘무풍(舞風)’을 여는 여성 농악단 연희단팔산대의 흥은 더하다. 소고춤의 달인이기도 한 예술감독 김운태(51)씨는 토막 맛보기가 아닌 이번 판이 예사롭잖다. “걱정이 태산이에요. 첫 공연이라 잠도 안 오고…”
농악단 이름에 사용한 여덟이란 동양 사상에서 전부를 아우르는 꽉 찬 숫자면서 팔도를 떠돌며 경험한 농악 형태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몸의 언어다. 갈채를 끌어내는 단순한 기술을 음악과 함께 엮어가는 것이다. 경상도의 땅돌기, 호남의 상모돌리기 등을 사물놀이 박자에 엮어 내니 판의 절반 이상이 춤이다. 김씨는 저간의 경험을 믿었다. “딴 거는 예술이라 쳐주는데 상모놀이 하는 사람은 ‘뛰쟁이’라며 은근히 무시하는 것 같아 부아도 나고 해서…” 풍물판에서 기술 익히는 사람들은 모두 빨리 떼고 장고로 달려 갔으나 그는 동작을 하며 장단을 즐겼다. 스스로 그 즐거움에 빠져 모자에 달린 상모를 돌리다 일정한 리듬이 생겨나는 것을 체득했다. 무대에서는 한지로 만든 한 발 세 치의 상모가 등장한다. 그의 고집이다. “한지에는 살풀이 춤의 수건 같은 매력이 있어요.”
즉흥성 또한 결정적 요소다. “전통 춤사위는 물론 자반뒤집기 등 고난도 기술을 혼합하는데 즉흥 아니면 도저히 못 해요.” 객석의 반응을 보아가며 7분에서 길면 15분 걸리는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춤추는 바람곶’이다. “‘춤추는 바람곶’에는 엇박에 맞춰 공중에 떠있는 동작이 많아요.” 일회성은 그래서 더욱 높아진다. 생음악 반주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못 한다. 남성이 맡는 사물과 악기 반주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이번 무대는 김 감독에게 해원의 마당이기도 하다. 그는 1997년 대학로에 전통 연희 전용 극장 라이브하우스 서울두레극장을 열었는데 음료 등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유흥주점으로 분류돼 부도가 난 것은 물론 석 달 동안 옥고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출소 후 ‘남무, 춤추는 처용 아비들’에서 각 지역의 소고춤 형식을 통합한 무대에 나서 ‘김운태류 채상 소고춤’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2011년 겨울 단원 모집을 시작한 연희단팔산대는 이듬해 여수엑스포에서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번 무대는 초ㆍ중ㆍ고생을 포함해 20명이 만든다. 3년째 상쇠 노릇을 하고 있는 장보미(29)씨는 원래 국립창극단 단원이었다. 김씨의 날렵한 춤사위에 반해 여성 농악단으로 적을 옮긴 그는 이번 판에서 줄곧 무대에 등장해 남도 민요와 구음 등을 구사한다. 합숙도 마다 않은 3년 세월의 결과다. 18일~21일 국립극장 하늘극장. 1644-8609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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