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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설화와 현대 부조리의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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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설화와 현대 부조리의 오버랩

입력
2014.09.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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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삼국유사 연극만발' 두 번째 시리즈 5편 무대 올려

‘삼국유사 프로젝트’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남산에서 길을 잃다’는 1980년대 봉제공장 노동자들과 신라 혜공왕 사이의 접점을 찾아 묘한 울림을 준다. 국립극단 제공
‘삼국유사 프로젝트’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남산에서 길을 잃다’는 1980년대 봉제공장 노동자들과 신라 혜공왕 사이의 접점을 찾아 묘한 울림을 준다. 국립극단 제공

무더운 여름이 가고 공연시즌이 돌아왔다. 해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관객을 찾아오는 국립극단 가을마당은 올해 ‘삼국유사 연극만발 프로젝트’로 다섯 편의 연극을 준비했다. 역사 이야기를 창작극으로 구현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무대는 2012년 ‘삼국유사 프로젝트’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다. 젊은 연출가와 작가들이 주축이 돼 2년 전보다 발랄한 무대를 꾸민 것이 특징이다.

‘삼국유사 연극만발’의 첫 작품은 5일 개막한 ‘만파식적 도난 사건의 전말’(박혜선 연출ㆍ김민정 작)이다. 전설의 피리인 만파식적의 설화를 중심 소재로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판타지 극이다. 만파식적은 신라 신문왕 2년에 용에게서 대나무를 얻어 만든 피리로, 이 피리를 불면 세상이 평화로워지고 전염병이 사라지는 등 조화와 치세가 찾아 온다고 삼국유사에 적혀있다. 삼국유사에는 만파식적이 효소대왕 때 화랑 부례랑의 실종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가 부례랑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지만 원성왕 이후 다시 자취를 감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작품은 이 두 줄의 기록에서 시작됐다. 신라인과 현대인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과거를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를 꼬집는 메시지를 담았다. 삼국 통일 직후 혼란을 겪는 신라는 현재 한국 사회의 어수선한 정국과 병치되고 만파식적에 집착하는 모습은 허상에 매달리는 현대인과 닮았다. 박혜선 연출은 “연극을 준비하면서 ‘삼국유사가 현대의 한국사회에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21일까지 이어진다.

‘삼국유사 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은 16일 개막한 ‘남산에서 길을 잃다’(김한내 연출ㆍ백하룡 작)다. 신라 혜공왕과 1980년대 노동자들의 삶을 오가며 이룰 수 없는 꿈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망과 좌절을 그렸다. 어려서부터 여자 옷 만들기를 즐겼으나 반란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비운의 혜공왕과 그 때 완성됐다는 에밀레종의 이야기를 봉제공장 노동자 승렬과 순애, 진숙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연극은 등장인물들의 기억을 더듬어 ‘386세대’가 겪은 결핍의 원인과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담아냈다. 28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국립극단은 이밖에 삼국유사 편찬실에서 불교설화와 민간 설화를 담당하는 무극을 주인공으로 한 ‘무극의 삶’(30일~10월 12일), 일연의 삼국유사 집필과정을 현실과 상상으로 엮어 만든 ‘유사유감’(10월 7~19일)을 준비했다. ‘삼국유사 프로젝트’의 대미는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가 장식한다. 혜공, 원효 등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독특한 개성의 소님들을 한 자리에 모아 비상식적인 무수한 이야기 속에 숨은 참뜻을 찾아내는 작품이다. 국립극단 소극장에서 10월 28일~11월 9일 만날 수 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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