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자전거도로 83% 겸용, 보행자와 뒤엉켜 유명무실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달서구 상인동 학교밀집지역에서 인파를 피해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로를 넘나들며 등교하고 있다.](http://newsimg.hankookilbo.com/2014/09/16/201409160482281449_1.jpg)
11일 오전 7시30분쯤 대구 달서구 도시철도1호선 월촌역와 상인역을 잇는 겸용도로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과 자전거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30여대의 자전거가 학생들을 헤집고 다녔다. 영남중ㆍ고, 상원고, 경북기계공고, 대서중 등 5개 학교가 밀집한 이곳 도로에서는 대부분의 자전거가 인도 전체를 누볐고, 일부는 아예 차도로 달리기도 했다. 자전거로 등교하는 이모(17ㆍ달성공고2)군은 “차도로 달리다 사고가 난 친구도 있어 무섭기는 하지만 자전거가 다니도록 되어있는 겸용도로에 사람이 빽빽이 차있으면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내려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동호인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 위에 자전거가 달리도록 만들어진 ‘자전거ㆍ보행자겸용도로’가 안전사고의 주범이 되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 전체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ㆍ보행자겸용도로’는 82.8%를 차지하고, 인도의 안쪽에 있는 경우도 67.8%나 되면서 등하교 및 출퇴근길에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뒤엉키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24일 오후 1시쯤 대구 달서구 상인동 대구도시철도공사 앞 보행자겸용도로를 달리던 고교생 김모(17)군의 자전거가 골목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부딪혔다. 김군은 전치2주의 경미한 부상을 입었지만 사고후부터 도로에 나서면 겁부터 난다. 달서경찰서 교통조사계 한 관계자는 “월촌역에서 상인네거리 구간에는 자전거통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교통사고가 종종 접수된다”며 “큰 부상이 아닐 경우 그냥 넘어가는 것으로 미뤄 실제 사고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에는 자전거도로가 221개 노선 총738㎞가 설치돼 있고, 이중 82.79%인 611㎞가 자전거ㆍ보행자겸용도로다. 이중 인도의 안쪽에 만들어진 겸용도로는 500㎞에 이르고 있다. 차도에 화단과 연석 등으로 분리한 자전거전용도로는 28개 노선 92㎞고, 차도 위에 탄력봉과 노면도색 등으로 구분한 자전거전용차로는 9개 노선 15㎞다. 시속30㎞ 이하 도로에서 자전거를 우선 보호하는 자전거우선도로는 대구에 없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자전거사고 최다 발생지역은 교통이 혼잡한 중구 덕산동(11건)이지만 자전거ㆍ보행자겸용도로인 서구 신평리네거리(10건), 달서구 진천네거리(9건), 상인네거리(8건), 수성구 범어네거리(9건) 인근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대구시와 안전행정부 등 관계당국도 자전거ㆍ보행자겸용도로에서 인도 안쪽 자전거도로의 사고 위험성을 감안, 2010년부터 차도 쪽으로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고 있으나 겸용도로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자전거동호회원 고모(33)씨는 “인도 위 자전거도로에서 인도 안쪽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차도쪽도 보행자와 뒤엉키기 일쑤”라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자전거전용도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산업단지나 택지개발지구 조성때 반영하고 있다”며 “대구시 자전거 통행분담률이 전체의 3%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자전거도로를 전용도로로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배유미기자 y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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