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독일 내 점유율 5% 넘어 수신 가능한 은행업 필요성 커져
비은행 금융사, 해외 은행업 첫 시도 국내 시장 포화로 글로벌 개척 의미도
현대캐피탈이 내년 초 독일 은행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비은행 금융회사가 해외에서 은행업 인가를 받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15일 “최근 독일 내 현대차 시장점유율이 커지면서 할부금융 서비스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며 “현대캐피탈이 할부금융 서비스와 동시에 현지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은행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2009년 9월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 은행과 합작해 ‘현대캐피탈 독일’을 설립한 후 단순 중개업무와 현지 시장조사 등 금융컨설팅 업무만 해왔다. 하지만 2012년부터 유럽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어 시장점유율이 5%를 넘어서면서 현대캐피탈도 독일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독일시장에서 현대차는 10만1,522대가 팔렸고, 기아차는 5만5,654대가 팔려 독일 시장점유율 5.3%를 차지했다. 유럽에서는 신차 구매 고객의 80% 이상이 자동차 판매사의 전속 금융사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시장 진출을 앞두고 최근 현대캐피탈은 수신업무가 가능한 은행업으로 현지 인가를 받을 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은행처럼 고객 예금을 받을 수 있는 수신업무가 가능해지면 현지 자금조달이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앞서 진출한 미국이나 영국, 중국시장에서는 수신업무를 하지 못하는 할부금융사로만 인가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매번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할부금융 등 돈을 빌려주기만 하는 여신업무만 하게 되면 국내에서 해외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며 “수신업무를 하게 되면 자금조달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니 더 저렴한 금리에 할부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독일 진출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은행업으로 진출할 지 할부금융업으로 할지는 아직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이미 현대캐피탈은 해외실적이 국내실적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상태. 올 상반기 해외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2,857억원으로 국내 영업이익(1,411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 지난해 4,118억원이었던 해외 영업이익은 올해 5,000억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보다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변수도 많다. 모기업인 현대차로부터 금융서비스 진출 승인을 받아야 하고, 현지 독일 정부로부터도 은행업 인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행법상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 금융보험업에 투자할 경우에는 금융위원회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 국내 금융회사 중 독일에서 은행업 인가를 받은 곳은 신한은행과 외환은행 두 곳뿐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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