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폐자재로 가득했던 무휴지... 중장년·청년단체 힘 모아 텃밭 일궈
경로당 김장·장애아 농사체험 제공...
"이웃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가꿔"
“모든 주민들이 함께 가꾼다는 취지에 공감한 것 같습니다.”
서울시 선정 ‘12인의 도시농사꾼’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뽑힌 문대상(69)씨는 “세대간, 직업간 벽을 허물고 꾸준히 소통해 온 공동체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인정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텃밭 이름 ‘S&Y’는 중장년층을 일컫는 시니어(Senior )와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영(Young)을 합친 합성어로, 다양한 구성원들간의 소통을 뜻한다. 텃밭 구호도 ‘대화와 소통과 나눔’이다.
문씨가 지난해 초 텃밭을 가꾸겠다고 했을 때 서울 은평구 혁신단지 내 900㎡ 남짓한 무휴지는 건축 폐자재들로 가득했다. 이웃들도 문씨의 계획에 공감하지 못했다. “몇 천원이면 살 수 있는데 굳이…” “저 쓰레기들을 제대로 치울 수 있겠어?”등의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문씨는 비슷한 나이대의 중ㆍ장년 및 청년단체들과 접촉했다. “‘젊은이들과 함께 고생하러 왔습니다. 서로 존중하면서 함께 개척해 가고 싶습니다’라고 설득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웃들과 함께 들어낸 폐자재만 23톤에 달했다. 그렇게 텃밭을 가꾸기 시작해 지난해 말에는 청년들과 함께 김장을 해 인근 경로당에 기증했다. 문씨는 “텃밭에서 일하고 함께 막걸리 잔을 나누면서 세대간 격차가 줄어드는 것을 직접 느꼈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지체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꽃과 나무, 흙을 만지게 해 달라”며 찾아왔을 때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장애아들이 좁은 밭고랑에서 작물을 가꿀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지만 문씨의 생각은 기우였다. 이웃들은 내 작물이 상하더라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격려했다. 아이들도 더 적극적으로 농사일을 도왔다. 학부모들은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모인 가꿈이들이 70여명이다. 작물을 심을 공간이 비좁아 텃밭 옆에 폐마대자루와 폐타이어를 이용한 간이 텃밭도 만들었다. 30여종의 상추가 쑥쑥 자라고 있고, 고추 옥수수 가지 토마토 호박 수세미 콩 등도 곧 열매를 맺는다. H업체에서 30여종에 달하는 허브를 기증했는데, 그래서인지 여름 내내 병해충이 거의 없었다.
문씨는 건설교통부 김포공항 관리소장을 끝으로 2005년 은퇴했다. 연금을 받으며 편한 노후를 보낼 수도 있었지만 도시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다. 지역 도시농부 동아리에 가입해 농업 기초부터 배웠다. 지난해 3월에는 인생이모작센터에서 사회공헌 교육을 받았고, 농업기술센터에서 2주간 80시간에 달하는 전문가 과정도 거쳤다. 최근에는 일주일에 1, 2차례 일선 학교에 강의도 나가고 주말 농장에서 개인지도도 한다.
문씨는 예비 도시 농업인에게 “이웃들과 함께 하라”고 당부했다. “혼자 하려 하지 말고 더불어 가꾸는 공간, 이웃들의 쉼터가 되는 공간이 되도록 마음을 열면 농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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