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가전(家電)전시회인 ‘IFA2014’ 독일 박람회 기간 중 자사 세탁기 여러 대를 파손한 혐의로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장 등 5명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간 수많은 분쟁을 벌여왔으나 특허나 기술ㆍ인력 유출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전전시회에 전시된 제품을 경쟁회사 사장이 훼손한 사실을 두고 검찰까지 동원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전략제품을 LG전자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저지른 행동으로 보고 있다.
▦ 얼마 전 서울 수서경찰서는 오비맥주의 카스 제품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논란과 관련해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오비맥주에 대한 인터넷 악성 게시글의 IP주소를 추적한 결과 하이트진로 직원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4년 6월부터 8월까지 생산된 카스는 마시면 안 된다’거나 ‘가임기 여성들은 무조건 피하라’는 등의 주장이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지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지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자 오비맥주가 수사를 의뢰했다.
▦ 인터넷과 SNS 등이 활성화하면서 마케팅 기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바이럴(viral)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이메일이나 메신저 블로그 카카오톡 등을 통해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확산시키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때로는 경쟁사의 제품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된다. 하이트진로 직원이 악성루머를 퍼트린 것이 사실이라면 악성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하겠다. LG전자가 삼성전자 제품을 훼손한 것은 다소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훼손된 부분의 사진이나 사용후기 등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 경쟁사를 공격하는 마케팅 방식은 흔히 결말이 좋지 않다. 1990년대 초반 녹즙기 회사들이 벌인 ‘쇳가루 논쟁’이 하나의 사례다. 경쟁관계에 있던 녹즙기 회사 중 한 회사가 연구소에 의뢰해 녹즙기 제품에서 나오는 쇳가루 양을 측정했다. 측정결과 자사 제품보다 경쟁사 제품에서 쇳가루가 많이 나왔다. 이 회사는 즉시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녹즙기에서 쇳가루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녹즙기 자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