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거부 땐 해임 결의할 듯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고립무원의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거센 사퇴 압박 속에 임 회장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것은 측근 상당수가 포진된 것으로 알려진 이사회와 집행임원. 하지만 이젠 이들마저 기류 변화를 보이면서 임 회장의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KB금융 이사회의 긴급 간담회. 회의 뒤 이사회는 “다수의 이사가 KB금융의 조직 안정을 위해 임 회장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짤막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사진들간에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우회적으로나마 임 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사외이사는 “금감원이 지적한 임 회장의 징계 사유라는 것이 모호한데다 명백한 위법 행위라기보다 경미한 내부 통제상의 문제로 보여 이사들 사이에 시각차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현 상황에서 CEO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어렵겠다는 데 다수가 동의했다”고 이날 회동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이사는 또 “금융기관이라는 게 감독당국과 손발을 맞춰 나가야 하는데 당국이 반대하는 사람이 CEO로 남아 있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임 회장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KB금융 이사진들은 17일 이사회에서 해임 결의 수순을 밟을 공산이 커 보인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임 회장이 공식적으로 사퇴를 거부하면 상황을 봐 가며 대응할 것”이라며 이날 해임안 상정 가능성을 열어 뒀다.
KB금융 곳곳에 포진해 있는 임 회장 측근 집행임원들도 하나 둘 등을 돌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측근은 “임 회장으로선 온갖 혐의를 뒤집어쓴 채 이대로 물러나는 것이 너무 억울할 수 있다”며 “하지만 더 버틴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건 없고 상처만 더 커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임 회장 등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국민은행 등 계열사에 27명의 감독관을 배치하면서 임 회장과의 접촉을 원천봉쇄하고 나선 것도 그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자진 사퇴든 해임이든 그의 자리 버티기가 오래 지속되긴 힘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한 이유다.
김소연기자 jollylife@k.co.kr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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