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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전 비자금 의혹으로 번진 송전탑 돈 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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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전 비자금 의혹으로 번진 송전탑 돈 봉투

입력
2014.09.1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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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북 청도 주민들에게 경찰서장을 통해 거액의 돈 봉투를 뿌린 사건은 국책사업 갈등에 관한 후진적 대응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만큼 파장도 크다. 돈을 주고 받은 한전 지사장과 경찰서장이 바로 직위해제됐지만 이들의 ‘개인적 일탈’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이 돈의 출처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한전 고위층이 연루된 비자금 수사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경찰청 지능수사대는 15일 이현희 전 청도서장의 대구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이 전 서장은 추석 전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주민들에게 100만~500만원씩 모두 1,700만원을 자신의 이름이 찍힌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 주민들의 신고로 파문이 일자 이 전 서장은 “고생하는 주민들 약값이라도 보태자”는 뜻으로 한전 대구경북개발지사에 위로금 전달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공권력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할 경찰이 생존권을 놓고 싸우는 주민들을 꼼수로 회유하려는 한전의 돈 심부름을 자청한 꼴이다. 경찰은 이 전 서장이 한전으로부터 추가로 받은 돈은 없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수사의 핵심은 한전 대구경북지사에서 건넨 자금의 출처다. 대구경북지사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회사 돈이 아니라 개인 돈을 모아 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액의 위로금을 애꿎은 직원들이 갹출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워 오히려 의혹만 부풀렸다. 경찰은 “사무실에 있던 현금을 줬다”는 다른 직원의 진술 등을 토대로 비자금 조성 여부도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한전 고위층으로의 수사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엄정한 수사로 돈의 출처와 성격을 철저히 규명해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전과 일선 경찰의 추가적인 뒷거래 의혹도 밝혀야 한다.

삼평리의 송전탑 공사는 주민 반발에 부딪혀 2년간 중단됐다가 지난 7월 재개됐다. 50여일째 농성 중인 주민들은 “(경찰과 한전이) 우리가 먼저 돈을 요구했다는 거짓말까지 흘린다”며 분노하고 있다. 경남 밀양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의 뿌리는 정부와 한전이 충분한 정보 제공과 설득 과정 없이 공사를 밀어붙인 데 있다. 농성장 강제철거 등 경찰의 과잉대응도 정부와 공권력에 대한 극단적 불신만 보탰다. 이 와중에 불거진 돈 봉투 사건은 국책사업의 명분을 허무는 짓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와 설득만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 주민을 무시하고 강행된 공사가 반대투쟁에 막혀 중단되고, 공권력 동원과 금품 회유가 더 격한 투쟁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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