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햇빛=수소 대량 생산
이종협 교수팀이 기술 개발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를 햇빛을 이용해 물에서 대량 얻어낼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직접 디자인한 나노미터(1㎚=10억분의 1m) 크기의 새로운 미세 입자를 이용해 유사한 기존 기술들보다 수소 생산량을 70배 이상 높였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이종협 교수 연구진은 “가시광선을 이용해 자외선을 쓰는 기존 기술보다 74배 많은 수소를 생산했고, 이를 활용해 전기에너지까지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며 “향후 상용화하면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외부에서 전기나 연료를 주입하지 않고 물만으로 작동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물에서 수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전기분해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오는 수소의 양에 비해 전기가 너무 많이 들어 경제성이 없다. 과학자들이 햇빛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물을 수소와 산소로 쪼개는 역할을 전기 대신 빛에너지에 맡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에너지가 큰 자외선이 쓰인다. 그러나 태양광 중 자외선이 4%에 불과해 원천적으로 대량생산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태양광의 44.4%를 차지하는 가시광선을 사용하는 방법을 많은 과학자들이 시도해왔지만, 가시광선은 에너지가 낮아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이 교수팀은 직접 고안한 새로운 나노입자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금에 특수 소재를 붙여 만든 이 나노입자는 가시광선을 흡수한 다음 수소 생산에 핵심 역할을 하는 전자의 수명을 늘려준다. 가시광선의 에너지를 증폭시킨다는 의미도 된다. 이 교수는 “이 나노입자를 이용하면 물 500여㏄로 수소 약 600ℓ를 얻을 수 있다”며 “물에서 수소가 생산되는 속도가 지금까지 나온 기술 중 가장 빠르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에너지를 키운 전자를 집전장치에 전기에너지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수소자동차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데 도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소자동차는 이미 상용 제품이 나왔지만, 원료인 수소는 화석연료를 분해해 만들기 때문에 비싼 데다 화재의 위험도 따라다녀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이 교수는 “물을 싣고 다니면서 연료(수소)를 공급하는 방식의 수소자동차는 가격과 안전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외 특허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독일의 저명한 화학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에 지난달 발표됐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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