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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 터보심장 달고 다이어트

입력
2014.09.1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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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ㆍ재규어 세단 / 터보엔진 적용, CO2 배출 줄이고 연비 높여

메르세데스 GTㆍ람보르기니 / 차체 강철 줄이고 마그네슘ㆍ탄소섬유 등 활용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지구온난화 저지를 위해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올해부터 각 자동차 메이커들은 유럽연합(EU) 가입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평균 CO₂ 배출량을 현재 ㎞당 130g에서 2020년까지 95g로 줄여야 한다.

때문에 최근에는 양산형 차뿐만 아니라 소수 마니아를 위한 슈퍼카나 수억원 이상의 최고급 세단도 성능 못지않게 배기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엔진 크기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대세를 이루면서 작아진 엔진으로도 달리는 성능은 기존보다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업체들이 과거 가속 반응이 다소 느리다는 이유로 꺼리던 ‘터보엔진’ 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다. 또 차를 가볍게 하기 위해 알루미늄 사용량을 늘리는 한편, 마그네슘, 탄소섬유 등 비용과 기술의 한계로 선뜻 쓰지 못했던 첨단 소재들을 속속 채택하고 있다.

메르세데스-AMG가 지난 10일 독일 아팔터바흐 본사에서 열린 새 스포츠카 'GT' 발표회에 앞서 전 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명회에서 요르그 미스카(오른쪽에서 두번째) 차체 개발 담당자가 세계 최초로 마그네슘으로 만든 프론트 모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르세데스-AMG 제공
메르세데스-AMG가 지난 10일 독일 아팔터바흐 본사에서 열린 새 스포츠카 'GT' 발표회에 앞서 전 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명회에서 요르그 미스카(오른쪽에서 두번째) 차체 개발 담당자가 세계 최초로 마그네슘으로 만든 프론트 모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르세데스-AMG 제공

메르세데스-AMG가 지난주 세계 최초로 공개한 신형 스포츠카 ‘메르세데스 AMG GT’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그네슘으로 만든 3㎏ 무게의 프런트 모듈이다. 차량 앞쪽 라이에이터, 범퍼, 헤드라이터 등 여러 부품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세계 최초로 마그네슘으로 만들었는데 최근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고가 모델위주로 쓰고 있는 알루미늄보다도 가볍고 진동 방지 효과도 뛰어나지만 가격이 훨씬 비싸다. 또 GT의 차체는 93%가 알루미늄으로 이뤄졌는데, 특히 지붕 전체를 알루미늄 소재로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AMG 관계자의 설명이다. 요르그 미스카 AMG 차체 개발 담당자는 “개발 과정에서 지붕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마그네슘 모듈이 차를 가볍게 하면서도 운전은 훨씬 쉽게 해준다”고 말했다.

반면 강철 비중은 0.8%에 불과한데, 테일게이트와 문짝의 강성을 지탱하는 사이드바 등 단 2개 부품에만 쓰였다. 첨단 소재를 집중적으로 쓴 덕분으로 GT의 차 중량은 1,540㎏으로 앞서 AMG가 자체 개발한 첫 스포츠카였던 SLS의 1,700㎏보다 160㎏이나 줄였다. 업계에서는 무게를 100㎏ 줄이면 연비가 2% 향상된다고 보고 있다. 이 덕분에 연비는 약 10.6㎞/ℓ, CO₂ 배출량은 216∼219g/㎞를 기록했다.

람보르기니의 '우라칸 LP 610-4'. 하이브리드 섀시 적용으로 무게가 10%나 줄었다.
람보르기니의 '우라칸 LP 610-4'. 하이브리드 섀시 적용으로 무게가 10%나 줄었다.

람보르기니가 올 7월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우라칸 LP 610-4’은 탄소섬유(카본파이버)와 알루미늄 구조물을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섀시를 처음 적용했는데, 무게는 알루미늄과 강철로 만든 이전 섀시보다 10% 가벼운 260㎏에 불과하다. 여기에 새롭게 적용된 5.2ℓ V10 엔진에는 직접 분사와 간접 분사 기술을 결합한 직접 주입 시스템이 쓰였다. 기존에는 엔진에 연료를 쏴줄 때 간접 분사로만 진행했지만 이 차에는 직접ㆍ간접 두 가지 방식으로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엔진의 내구성을 높이면서도 출력과 토크는 전작 가야르도 LP560-4에 비해 높아졌다. 공인 연비는 6.6㎞/ℓ으로 전작에 대비해 11%가 좋아졌고, CO₂배출량은 ㎞당 276g으로 38g 줄어들었다.

페라리가 선보인 '캘리포니아T'. 무려 27년만에 터보엔진에 변화를 줬다.
페라리가 선보인 '캘리포니아T'. 무려 27년만에 터보엔진에 변화를 줬다.

터보엔진의 쓰임새도 날로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속한 가속 응답성과 중후한 엔진 배기음을 위해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만 찾던 슈퍼 스포츠카마저 터보차저(과급기)를 단 터보엔진을 택하고 있을 정도다.

페라리는 7월 국내에도 출시한 새 스포츠카 ‘캘리포니아T’에 새롭게 터보엔진을 달았다. 페라리가 터보기술을 적용한 것은 1987년 출시한 F40 이후 27년 만인데, 이런 변신은 포뮬러1(F1)의 변화와 깊은 관련이 깊다. F1레이스에 참가하는 머신들은 지난해까지 V8(8기통) 2,400㏄ 엔진을 썼지만 올해부터는 의무적으로 V6(6기통) 1,600㏄ 터보엔진을 달아야 한다. 일부 F1 팬들은 F1 레이스의 다이내믹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엔진 다운사이징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이 대회를 주최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의 생각이다. 터보엔진은 터보차저를 달아 흡기 압력을 높임으로써 엔진 출력을 높인 엔진이다. 엔진의 동력을 이용하는 슈퍼차저와 달리 엔진에서 버려지는 배기가스 에너지를 회수해 터빈을 돌려 공기를 압축, 흡기계로 보내는 방식이다. 더 많은 연료(공기)를 엔진에 밀어 넣어 주기 때문에 출력이 높아지고, 배기 에너지를 재활용하고 엔진 효율성이 좋아져 연비도 올라간다.

이전 모델에 비해 최고출력은 70마력, 토크는 49%나 향상되었음에도 CO₂ 배출량은 ㎞당 250g이 줄었고, 한 번 주유로 갈 수 있는 거리도 15% 이상 좋아졌다. 페라리는 이를 위해 내부 엔진 전문가들이 스쿠데리아 레이싱 팀과 손 잡고 4년 넘게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재규어가 곧 공개할 스포츠 세단 'XE'. 디젤 엔진의 경우 연비가 최대 31.8 ㎞/ℓ라고 밝혔다. 차체의 75%를 경량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재규어가 곧 공개할 스포츠 세단 'XE'. 디젤 엔진의 경우 연비가 최대 31.8 ㎞/ℓ라고 밝혔다. 차체의 75%를 경량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재규어가 다음달 파리모터쇼에 첫 공개할 글로벌 전략 모델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XE’도 최신 터보차저 기술을 적용해 새로 개발한 가솔린과 디젤 ‘인제니움 엔진’을 달았다. 이는 저속에서 특히 향상된 성능을 보여주며, 기존 엔진 대비 마찰을 17% 줄여 효율성과 반응성을 높였다는 게 재규어 측의 설명. 결과적으로 디젤 엔진의 경우 CO₂ 배출량은 99g/㎞까지 낮추고 연비는 자체 측정 결과 최대 31.8 ㎞/ℓ(유럽기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차체 역시 재규어가 자랑하는 알루미늄 기술의 최신 업그레이드 버전이 적용된다. XE의 차체는 ‘알루미늄 인텐시브 모노코크’로 준중형 세그먼트 차 중 유일하게 차체의 75%를 경량 알루미늄으로 구성했다. 높은 강성은 유지하면서도 가볍게 하는데 성공해 효율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상준기자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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