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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의 길 위의 이야기] 고뫄스

입력
2014.09.1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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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나갔다가 재밌는 간판을 보았다. ‘화장실 방수제는 고뫄스. 신축 옥상은 하이고뫄스’. 하하. 고뫄스라니. ‘뫄’라는 글자가 포함된 단어를 처음 보기도 하거니와, 어디서 연원한 건지 통 짐작이 가지 않았다. 상표명일까, 재료명일까? 일본에서 온 말일까, 서양 어디에서 온 말일까? 길을 걸으며 머리를 굴려보았다. 곰와스? 고마스? 고모아스? 고모어스? 보다 익숙한 표기로 대체하며 ‘고뫄스’의 어원을 추적해보려 했지만 그저 오리무중. 집에 돌아오자마자 검색 엔진을 돌렸다. 시공이 간편한 방수제로 화장실, 옥상, 베란다 등의 바닥에 바른단다. 판매하는 쇼핑몰도 제법 많다. 단어의 뜻은 웹페이지를 여럿 펴보고서야 알았는데, 하하, 또 한 번 웃고 말았다. 고무와 아스팔트를 섞어 만든 용액이라 두 단어를 합쳐 ‘고뫄스’라 부른다는 것. 누가 제품명으로 착안한 건지 업계 기술자들이 입에 붙는 대로 쓰다가 그대로 굳어진 건지는 모르겠으나 여하간 재치 만점이다. 두 재료를 혼합하듯 재료의 이름도 혼합하여 서로 분리되지 않도록 ‘뫄’라는 글자로 꽉 묶어주었으니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랄 밖에. 그런 것을 단어 통째로 외래어일 거라 지레 여기고 애먼 데를 두리번거렸으니 감이 잡혔을 리 없다. 고뫄스. ‘뫄’에 힘을 주어 또박또박 다시 입에 올려본다. 희한하고 엉뚱한 이 단어가 마냥 흥미롭다. 오리고 붙이고 줄이며 새 말을 끌어내어 세상을 살아가게 한다면, 이 또한 창조적 에너지 아니겠는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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