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어디까지 왔나… 3분 충전에 500~700㎞ 주행
日, 대형 공급기지·충전소 건설 美, 수소차 보급 촉진 법안 통과
넘어야 할 산… 1대당 1억원 넘는 비싼 가격, 폭발 불안감 해소는 극복할 과제
세계 자동차시장은 각국의 저탄소 정책으로 친환경 차량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 일반자동차 엔진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엔진을 더한 하이브리드차가 특히 각광받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기름 1ℓ로 최대 35.4㎞를 주행할 수 있는 월등한 연비를 자랑한다. 1997년 출시 후 20년도 안 돼 자동차시장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가솔린과 디젤을 연료로 한 내연기관 차량을 하이브리드차가 밀어내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도 곧 사양길에 접어들지 모른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수소연료자동차(수소차)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차 양산 체제에 들어간다.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킬 때 나오는 화학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수소차는 가솔린 차처럼 연료 효율성이 높고 친환경적이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아 왔다. 수소는 물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유일한 배출 물질이 물뿐이라 환경오염이 없다. 3분이면 충전이 완료돼 일반 자동차의 주유 시간과 비슷하다. 한 번 충전으로 500~700㎞를 주행할 수 있다. 충전 시간이 길고 한 번 충전으로 60㎞까지 밖에 달리지 못하는 전기차와 비교하면 시장 잠재력은 어마하다. 일본의 경제조사기관 후지경제에 따르면 세계 수소차 시장규모는 지난해 165억원대였지만 2025년에는 32조원까지 급성장한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이면 전 세계에서 25만대의 수소차가 팔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강국은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협력하며 수소차 개발과 보급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일본은 내년까지 가와사키시에 대형수소연료 공급기지를 건설하고 도쿄 등 주요 거점 도시에 수소충전소 100개를 만들 계획이다.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를 1,000개 만드는 등 수소차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충전소 1개를 짓는 데는 30억원 정도가 든다. 소비자들의 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년 예산에 수소차 구입에 대한 보조금 지급 포함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의 수소산업 본산인 캘리포니아주의 주의회는 2023년까지 수소충전소 건설에 매년 2,000만달러의 예산을 배정하는 수소차 보급촉진 법안을 지난해 9월 통과시켰다. 캘리포니아주는 또 내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개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미국은 수소차를 비롯한 수소산업 시대를 예견하고 1990년대부터 ‘수소에너지개발법’을 제정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수소에너지 연구개발을 주도해왔다.
독일은 수소 관련 산업 지원을 전담하는 국가 기구인 NOW(National Organization of Hydrogen and Fuel Cell Technology)가 향후 4년간 수소충전소 100개를 만든다. 2023년까지 독일 전역에 수소충전소 400개를 설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독일 고속도로 90㎞마다 수소충전소 한 곳이 들어서게 된다. NOW는 이런 계획과는 별도로 2조원 규모의 자체 예산을 가지고 50개 이상의 수소충전소 설립계획을 구상 중이다.
영국은 현대차와 벤츠 등 4개 완성차 업체, 8개 수소 관련 기업과 공동으로 2015년부터 상용보급을 시작한다는 내용의 수소차 프로젝트(UK H2 Mobility)를 마련한 상태다. 중국 정부도 지난해 신에너지 차량에 대한 보조금 계획에 사상 처음으로 수소차를 포함시켰다. 상업용 수소차는 대당 50만위안(8,400만원), 개인용 수소차는 대당 20만위안(3,36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게 된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수소차의 정상적인 운행을 위해 수소차 충전 시설 등 각종 시설 구축과 장비 지원에 적극적이다. 가솔린ㆍ디젤 자동차보다 2~3배 비싼 차량 값에 대한 구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보조금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소 충전소 설치 등 인프라 지원을 통해 초기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고 수소차 산업에서 파생되는 고용창출과 생산유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점차 엄격해지는 각국의 연비규제와 미국의 무공해 자동차(ZEV:Zero Emission Vehicle) 의무할당제를 주시하고 있기도 하다. 무공해 자동차 의무할당제는 2018년부터 뉴욕 등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시행된다. 수소차 개발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1,000대 규모의 수소차 투산ix 양산 체제를 갖춘 현대자동차는 올해 영국에 40대를 공급하는 등 2015년까지 유럽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1,000대의 수소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도요타는 내년 3월 일본에서 세단형 수소차를 첫 출시하고 하반기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 판매에 나서고 닛산자동차는 2017년이 양산 목표이다.
각국 정부의 지원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수소차 시장을 노린 자동차업체 간 경쟁과 제휴도 활발하다. 내년 상반기 양산형 수소차를 첫 출시할 계획인 일본 혼다자동차는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제휴했다. 두 회사는 연료전지차 관련 특허 보유 세계 1, 2위로 주요부품의 공용화로 개발비를 아끼고 양산효과를 얻기 위해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닛산은 미국 포드, 독일 다임러그룹과 함께 수소차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도요타는 독일 BMW그룹과 지난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동 개발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한일 양국이 각축전을 벌이는 수소차 시장에서 일본차 업체들은 현대차를 따라 잡기 위해 미국 독일의 완성차 업체와 손잡는 양상이다.
비싼 가격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은 수소차 시장 성장을 위해 자동차업계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도요타가 내년에 출시하는 수소차(약 7,000만원)를 제외하면 대당 차량 가격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소비자들이 구입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수소차는 항상 폭발 위험을 안고 있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도 자동차업계의 몫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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