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 67회 졸업생인 가수 이용씨가 ‘젊은 그대’를 선창하자 1루쪽 관중석을 가득 메운 500여명의 동문이 목 놓아 따라 불렀다. 이종범 한화 코치는 아들 이정후(휘문고 1년)가 7회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때리자 먼 발치에서 지켜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휘문고가 창단 첫 봉황대기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휘문고는 14일 경북 포항구장에서 열린 제42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유신고를 6-1로 제압했다. 구원 등판해 팀 우승을 이끄는 등 이번 대회에서만 3승을 책임진 휘문고의 왼손 에이스 정동현(2년)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1907년 야구부를 창단한 휘문고가 초록 봉황과 입맞춤한 건 1971년 봉황대기 창설 이후 처음이다. 휘문고는 대통령배 우승 두 차례(1996ㆍ2010년), 청룡기 우승 두 차례(1994ㆍ1996년), 황금사자기 우승 1회(2001년) 등 통산 5회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지만 유독 봉황대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고교야구 사상 첫 4연타석 홈런의 주인공인 고(故) 박정혁이 활약했던 1989년 19회 대회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최근 전국대회 우승도 2010년 대통령배 이후 4년 만이다.
포항에서 열린 첫 봉황대기 결승전 열기는 뜨거웠다. 양교 교직원과 학부모, 재학생들 1,000여명을 비롯해 이강덕 포항시장, 이병석 대한야구협회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종범 코치는 대전 KIA전을 마친 뒤 아들의 고교 무대 첫 결승전을 지켜 보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 왔다.
이명섭 휘문고 감독은 2011년 팀에 복귀한 뒤 처음으로 팀을 정상에 올려 놓았다. 1996년과 1997년 휘문고를 맡아 박용택(LG) 등 프로야구 스타를 길러내며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던 이 감독은 1998년 팀을 떠났다가 14년 만인 2011년부터 다시 휘문고를 지휘하고 있다.
이 감독은 파격적으로 1학년 투수 정영광을 결승전 선발로 내세웠다. 전날 마산용마고와의 준결승에서도 6이닝을 소화한 에이스 정동현의 힘을 비축해 승부처에 투입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정영광이 1회를 잘 막고 2회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로 볼넷 3개를 내 주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리자 정동현을 투입했다. 정동현은 한진녕(3년)과 홍현빈(1년)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불을 껐다. 타선에선 2-1로 앞선 7회 2사 3루에서 대타 오준석(2년)이 좌월 투런홈런을 쏘아 올리며 우승을 결정지었다. 이어 이정후의 적시타까지 터져 5-1로 달아났다. 휘문고 야구부 역사에 봉황대기 우승 이력을 추가한 이 감독은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들어가기 전부터 해 보자 하는 의지가 대단했다”면서 “믿고 따라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반면 2005년 이후 9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렸던 유신고는 황금사자기, 청룡기 4강에 이어 이번에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포항=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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