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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정경유착 악질화 단계의 신호

입력
2014.09.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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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씨 독일 강연서 날선 비판... "정부 개발독재시대 망령 여전 국민이 나서 공공성 가치 지켜야"

작가 황석영(가운데)이 1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국제문학페스티벌의 초청 강연자로 나서 세월호 참사에 얽힌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가 황석영(가운데)이 1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국제문학페스티벌의 초청 강연자로 나서 세월호 참사에 얽힌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가 황석영이 독일을 찾아 세월호 침몰 참사는 “우리 사회의 정경유착에서 기인한 한국적 재난”이라며 여전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황 작가는 1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공연장에서 열린 베를린 국제문학페스티벌에서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89년 북한의 초청을 받아 방북한 이후 귀국하지 않은 채 당시 통일로 인해 격동의 시기를 보내던 베를린으로 넘어가 망명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그는 강연에서 “세월호 참사는 역대 개발주의 정권이 온존시킨 정경유착 구조가 고정화되고 악질화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신호”라고 규정했다. 이어 “청해진해운이 80년대 신군부 전두환 정권과의 유착을 통해 사업에 성공한 재력가의 소유이고 이들의 연안여객운송사업도 정부 관료와 민간 사업가가 공고하게 결탁해서 특권과 이익을 점유하는 가히 조직화한 범죄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는 탐욕과 비리의 합작이 낳은 극히 한국적인 재난”이라고 비판했다.

황 작가는 정부가 여전히 성장, 효율성 같은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고, 신자유주의와 결합해 이런 경향이 과거보다 더욱 심해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구조보다는 인양에 초점을 맞추고 구조를 숫자와 비용의 문제로 계산하는 우리 정부의 후속 대처를 예로 들었다.

황 작가는 “구조 작업까지도 국가가 하지 않고 민간업체에다 하청을 줬다”며 “정부가 애초부터 국민의 권리나 안전한 삶을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도 없는 사회에서는 공공성의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국민 스스로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성은 민주주의의 문제라 아직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며 “박정희 군사독재 정부와 싸웠던 때를 따져보니 20대 초반이었는데, 70살이 넘어 또다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하니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대통령께서 여성이라 그런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를 자기 모델로 삼는다고 그러는데, 메르켈 총리는 인상도 좋고 참 좋은 것 같다. 그런데 대처를 모델로 삼겠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고서는 “농담이다”라며 웃어 넘기기도 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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