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신들의 주민인권이 잘 보장되고 있다는 내용의 인권보고서를 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3일“인민대중 중심의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의 특성과 인권보장 정책, 인민들의 인권향유 실상을 사실 그대로 반영한 조선인권연구협회의 보고서가 발표됐다”고 전하고 그 전문을 웹사이트에 실었다. 이 통신은 또“공화국은 인권대화를 반대한 적이 없으며 진정으로 인권문제에 관심 있는 나라들과 마주앉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면서 협력하자는 것”이라며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와의 인권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뜻도 밝혔다.
전세계에서 최악의 인권 열악 국가로 꼽히는 북한이 별안간 인권 관련 보고서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그 내용도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주민 인권실태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1992년에 설립된 조선인권연구협회가 작성했다는 이 보고서는 머리말에서 “오늘 국제사회에서는 반공화국 적대세력들에 의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현실 특히 인권상황에 대한 왜곡된 견해들이 유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등에 의해 외부에 알려진 인권 실상들은 다 왜곡됐다는 주장에 국제사회가 얼마나 동의할지 의문이다.
북한이 이 시기에 5개 장으로 된 방대한 분량의 인권 보고서를 낸 것은 최근 자신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는 것을 정면돌파 하려는 의도로 짐작된다. 16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유엔 총회 기간에는 유엔 사상 처음 북한인권 고위급 회의가 열린다.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존 케리 미국무장관을 포함한 주요국 장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북한이 15년 만에 리수용 외무상을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시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리 외무상은 이번에 발표한 인권보고서에 입각해 자신들의 인권상황을 적극 방어할 게 분명하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이 국제사회 논의의 장에서 자신들의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서는 데는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사회주의 사회의 집단적 인권관에 입각한 상투적인 주장을 펼게 뻔하지만 인권문제를 공식 논의하다 보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인권규범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 북한의 집단주의 체제 속성에서 비롯되는 주민 인권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이해를 높이는 것도 열악한 북한의 인권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조건 북한의 인권상황에 분노하고 비난만 한다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개선되지 않는다. 북핵 문제와 마찬가지로 북 인권 문제에도 지혜롭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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