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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은퇴 후 필요한건 배우자보다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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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은퇴 후 필요한건 배우자보다 돈"

입력
2014.09.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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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건강·돈·배우자 순서, 남성은 건강·배우자·돈 택해

16% "남편이 스트레스 원인"… 노후 위해 투자 3명중 1명 그쳐

2년 전 회사에서 은퇴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김지선(55ㆍ가명)씨는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로 탈모 증세를 겪고 있다. 빠듯한 생활비 때문에 여유가 없는데, 갈수록 잔소리만 늘어가는 남편과 티격태격 다투는 일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 김씨는 “남편이 회사생활을 할 때는 부딪칠 일이 많지 않았는데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다 보니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힘든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푸념했다.

은퇴를 앞둔, 혹은 이미 은퇴에 들어간 50~60대 여성들. 그들이 행복한 노후를 위해 중시하는 것은 배우자보다 돈이라는 조사가 나왔다. 은퇴 후 배우자와 같이 살고 싶다는 비율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크게 낮았다.

14일 KDB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가 50대 이상 고객 9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들이 행복한 노후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꼽은 것은 건강(28.2%)과 돈(25.5%)이었다. 몸이 튼튼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노후 생활이 행복할 수 있다는 얘기. 배우자가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15.8%에 불과했다.

반면 남성들이 꼽은 은퇴 후 행복 요건 순위는 건강(29.2%), 배우자(22.5%), 돈(22%)의 순. 근소하게나마 배우자가 돈을 앞질렀다.

은퇴 후 같이 살고 싶은 동거인에 대한 답변도 극명히 엇갈렸다. 남성의 93.2%가 배우자를 꼽은 데 비해, 여성의 경우 배우자를 택한 이들은 77.0%에 불과했다. 여성들의 경우 혼자 살고 싶다(10.5%)거나, 자녀와 같이 살고 싶다(6.8%)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여성들은 은퇴 후 배우자를 스트레스의 대상으로 꼽았다. 은퇴 후 스트레스 원인 중 남편(15.9%)이 질병(37%)과 경제적 문제(31.5%)에 이은 3위. 자녀(9.6%)를 크게 앞질렀다. 특히 50대 여성(14.2%)보다 60대 여성(18.3%)의 경우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병순 한국원격평생교육원 원장은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면서 경제적 독립을 어느 정도 이뤄 남성의존도가 낮아진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 필요한 월 생활자금으로는 200만~300만원(43.9%)이라고 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100만~200만원 미만(26.9%), 300만~500만원 미만(21.7%)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정작 노후생활을 위해 정기적으로 저축이나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이들은 3명 중 1명 꼴(35.6%)에 불과했다.

새 일자리를 갖게 된다면 그 선택 기준으론 능력이나 경험 활용 여부가 36.1%로 가장 많았다. 일의 힘든 정도나 급여수준은 각각 10.2%, 7.1%로 크게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 모습. 또 살아오면서 후회하는 것으로 평생 할 수 있는 취미를 갖지 못한 것(18.1%)을 1위로 꼽았다.

황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구조나 가족의 형태, 연장된 수명 등으로 인해 결과적으론 사람들은 갈수록 빈곤한 상태에서 노후를 맞이하게 된다”며 “꾸준한 저축으로 현재의 빈곤을 택하거나 노후의 생활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춰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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