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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의 길 위의 이야기] 힘빼기

입력
2014.09.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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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나름 큰 결심이다. 튜브를 타고 몇 번 물놀이를 해보았을 뿐 실내 풀에 몸을 담그기는 이번이 처음. 초급반이라 다들 오십보백보 고만고만한 수준일 줄 알았더니 나만 생초보다. 레인 한 바퀴를 거뜬히 도는 ‘인어’들 옆에서 혼자 발차기를 하고 음…파 음…파 호흡법을 익히자니 그저 부러움이 앞선다. 키 판을 잡고 열심히 물장구를 치는데 도통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머리를 들어 숨을 쉬려 하면 몸은 꼬르르 가라앉고 물만 자꾸 입으로 들어온다. 삼켜야 돼 뱉어야 돼 망설이는 사이 소독약 냄새가 나는 물은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슬슬 헛배마저 불러온다. “어깨에 힘 좀 빼세요, 힘을 빼야 물에 뜨죠.” 첨벙거리는 나의 자세를 교정해주며 강사가 말했다. 네, 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어깨에서 힘을 뺄 수 있냐 말이지. 내가 궁시렁거리자 그가 농담조로 덧붙인다. “어떻게 빼냐면요, 잘 빼셔야죠. 하하.” 말인즉슨, 알아서 깨치는 수밖에 없다는 거. 하긴 수영뿐이겠는가.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칠 때 나도 그런 말을 자주 했었다. 어깨에 힘 좀 빼요. 그래야 시와 친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따로 없으니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는 하나마나한 조언을 하는 수밖에. 뭔가를 잘하기 위한 기초는 그것과 친해지는 것이고, 친해지려면 몸에서든 마음에서든 어깨에 힘을 빼야 하는데, 힘을 빼는 게 힘을 주는 것보다 늘 더 어렵다. 앞으로 나는 물과 친해질 수 있을까. 과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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