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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주의 죽었다"… 원세훈 판결 후폭풍

입력
2014.09.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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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가 정면비판 파장 "지록위마 판결… 사심 가득한 궤변"

"법원, 기소 명령 내리고 무죄라니"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도 일침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에 대해 현직 부장판사가 “선거개입이 아닌 정치개입이 무엇이냐”며 정면 비판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전 국정원 특별수사팀장도 “선거기간에 하면 위법인 행위가 선거전부터 해오면 죄가 없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법조계 내부에서부터 반발이 나오고 해당 판사에 대해 경위조사가 시작되는 등 판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45ㆍ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12일 법원내부통신망인 코트넷 게시판에 올린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에서 전날 원 전 원장에게 “정치개입은 했지만 선거개입은 하지 않았다”고 선거법 위반 무죄가 선고된 데 대해 “도대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이라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라며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가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은 궤변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한 사실”이라며 “어제 있었던 서울중앙지법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권세를 맘대로 휘두른다는 의미)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立身榮達)에 중점을 둔 사심(私心) 가득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에 국정원장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이렇게 처리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다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갈등 끝에 좌천됐던 윤석열 전 팀장(대구고검 검사)도 “국정원법의 정치개입 금지는 과거 야당후보 비방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던 국정원 직원 사건 등을 토대로 만들어져서 오히려 선거법보다 엄격하다”며 “국정원법 위반이 인정되고 그 기간에 선거가 있으면 선거법 위반은 자연히 해당된다”고 말했다. 윤 전 팀장은 “선거 전부터 해오던 행위니까 괜찮다니, 국회의원이 주민들에게 밥사고 선물 주면 선거법 위반인데 선거철 전부터 계속 밥 사왔다면 죄가 없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판결에 논평을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서울고법이 국정원 간부들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라고 명령했는데 무죄라니”라고 토를 달았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9월 23일 검찰이 원 전 원장만 기소하고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기소유예 처리하자 민주당이 낸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공소제기를 명령했었다.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의 글을 강제삭제하고 경위조사에 나섰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의) 정치적 중립의무, (코트넷에서의) 명예훼손 금지, 다른 재판에 대한 학술적 목적 외 논평 금지 등 법관윤리 규정과 코트넷 운영관리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징계청구권자인 수원지법과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도 김 부장판사의 글과 관련한 경위조사에 나섰다. 김 부장판사는 다른 지역에서 횡성으로 데려와 2개월 미만으로 사육한 소는 횡성한우가 아니라고 판결한 2심 재판장으로서 자신의 판단을 뒤집은 대법원 판결을 정면 비판해 2012년 서면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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