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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교 교육과정 개편 대입제도와 함께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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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교 교육과정 개편 대입제도와 함께 바꿔야

입력
2014.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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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18학년도부터 고교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공통과목으로 도입하는 내용의 ‘문ㆍ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시안’을 발표했다. 새 교육과정이 시행되면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한국사를 문ㆍ이과 구별 없이 공통으로 배우게 된다. 교육과정 개편의 취지는 창의ㆍ융합형 인재 양성이다. 문과생이 과학을, 이과생이 사회를 공부하지 않는 현행 ‘문ㆍ이과 칸막이’를 없애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ㆍ이과 통합형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하지만 이는 교육과정 통합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수능 시험, 대입 선발 방식 등과 맞물려 있다. 어느 한 가지만 바꿔서는 해결되기는커녕 도리어 교육 현장에 혼란을 가져온다. 문ㆍ이과 통합을 교육체제의 큰 틀에서 검토하지 않고 교육과정 개정만으로 접근하려는 교육당국의 단견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2021년 대입 수능에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시험 과목은 대입시험을 3년 전에 예고하는 정책에 따라 2017년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융합교육이라는 교육과정 개편 취지를 살리려면 6개 공통과목만으로 수능을 치를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중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영어와 사회를, 이공계열에서는 수학과 과학에서 공통과목 이상의 수준을 요구할 게 뻔해 사회와 과학 선택과목이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융합형 교육이라는 당초 취지는 퇴색하고 학생들의 학습 부담도 줄어들지 않는다. 대학에서 이공계와 인문사회계를 구분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교육과정 개정은 의미가 없게 되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교육의 틀을 바꾸는 이런 중요한 사안을 두고 합당한 공론화 과정과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어제 열린 공청회를 하루 전에야 전국 고교에 알렸다. 전교조가 전국의 중ㆍ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4%가 교육과정 개정 작업을 몰랐다고 응답했다. 현 시점에서의 교육과정 개정에 반대한다는 응답도 76%에 달했다. 현장 의견을 배제한 채 밀실에서 몇몇이 얼렁뚱땅 교육과정 개편안을 만들어도 된다는 교육당국의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교육과정 개편이 너무 잦은 것도 논란을 빚고 있다.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2011년 개정된 교육과정이 초등 3ㆍ4학년, 중학교 2학년, 고교 1학년에 연차로 적용되고 있다. 초등 5ㆍ6학년, 중3, 고2ㆍ3은 새 교육과정 적용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현 교육과정이 전면 적용 단계에 이르지도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는 건 너무 성급하다. 학교 현장의 공감을 얻지 못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은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대로 된 개편안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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