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 자진사퇴 거부에 극약 처방 "12일 오후 6시부터 효력" 신속 조치
林 "대충 타협하지 않겠다" 소송까지 가면 1~2년 걸려 KB, 초유의 경영공백 대혼란
금융당국이 마침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초강수를 던졌다. 그간 징계수위를 높이며 수 차례 자진사퇴를 유도했음에도 임 회장이 매번 결백을 주장하며 버티자 결국 강제로 자리에서 끌어내린 셈이다. 악에 받친 임 회장이 “갈 데까지 가 보자”며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나서면서 금융당국과 거대 금융사 CEO 간의 갈등은 흙탕물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KB금융과 당국 모두 후유증은 만만찮을 전망이다.
금융위 초강수 왜?
금융위의 이날 ‘직무정지 3개월’ 결정은 다분히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애초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시 시스템리스크 은폐 과정의 감독의무 태만과 은행 임원인사 부당개입 등 금융감독원이 건의한 임 회장의 과실에 사실관계가 추가된 것은 없었다. 다만 금융위는 이 같은 임 회장의 과실이 “KB금융의 건전경영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과 고객자산 안전이라는 공익이 침해 받을 우려가 높다”며 “임 회장에게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징계가 확정되더라도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는 임 회장에게 사실상 괘씸죄가 적용된 것.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서 끌어내리지 않으면 KB금융은 물론 금융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지난달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경징계(주의적 경고) 결정 이후에도 지속된 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사이의 대립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신제윤 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CEO 리스크를 방치할 경우, 더욱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하지만 똑 같은 사안에 주의적 경고(제재심)-문책경고(금감원장)-직무정지(금융위) 순으로 판단을 달리한 금융당국의 제재 과정은 ‘무리수’라는 뒷말 또한 피할 수 없게 됐다. ‘법과 원칙’ 대신 ‘상황에 따른 결론’이라는 나쁜 선례를 남긴 셈인데 그만큼 금융당국의 권위도 상처를 입게 됐다.
‘벼랑 끝’ 임 회장, “끝까지 간다”
그간 당국의 갖은 압박에도 자진사퇴를 거부해 온 임 회장은 결국 강제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회장 직무가 정지된 만큼 앞으로 법적 대응 과정에서 조직의 도움도 적극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
하지만 금융당국이 강하게 나온 만큼이나 임 회장 역시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직무를 정지시킬 테니 그만 물러나라’는 당국의 메시지에 그는 “스스로 사퇴는 없다. 정지 상태에서라도 모든 수단을 써 보겠다”고 맞받아 쳤다.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 결정 직후 자료를 내고 “험난한 과정이 예상되지만 대충 타협하고 말 일은 아니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임 회장은 우선 직무정지 효력정지를 위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어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구제책을 밟아나갈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을 상대로 재심을 요구하는 이의신청은 최소한 두 달, 소송은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1~2년가량 걸려 임 회장이 끝까지 버틸 경우, 당초 임기 만료일인 2016년 7월까지도 결론이 안 날 수 있다.
하지만 임 회장이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다. 신 위원장은 이날 직무정지 결정과 별도로 “조만간 KB 이사회 의장을 만나 조속한 정상화를 요청하고 금감원장에게는 임 회장에 대한 검찰고발 등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당국 역시 모든 압박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이사회가 임 회장 측근들로 구성돼 해임이 쉽지 않을 거란 해석도 나오지만, 금융위에 LIG손해보험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KB금융의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이사회가 끝까지 임 회장을 지켜주긴 힘들 거란 관측이 많다.
선장 모두 잃은 KB금융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동시에 빈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를 맞은 KB금융은 자칫 이전보다 더 깊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KB지주 관계자는 “회장의 직무정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솔직히 감도 못 잡겠다”고 토로했다.
KB지주 이사회는 이날 긴급이사회를 열고 회장 직무대행 선임, 비상경영체제 가동 등을 논의했다. 회장 직무대행에는 윤웅원 KB금융 부사장이 선임됐다.
하지만 이사회가 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의 후임 물색에 최대한 빨리 나선다고 해도 종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진 CEO 인선 과정은 조기 정상화 가능성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조만간 물밀 듯 밀려들 금감원의 내부통제 시스템 조사, 검찰 수사 등은 가뜩이나 혼란을 겪을 KB에 또 다른 난제가 될 전망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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