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단 직원들 불법소지 글 다수, 기소했으면 元판결 달라졌을 수도"
“왜 국가정보원 여직원(김모씨)은 기소하지 않은 겁니까?”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사실을 폭로했던 장진수(41) 전 주무관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내부고발자였으나 상명하복에 따라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고 직장을 잃었는데, 국정원 직원은 왜 봐주느냐는 뜻이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기소하면서 직원들은 “상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기소유예했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압력을 무릅쓰고 어렵게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을 적용했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재판에 넘기지 않는 걸로 어느 정도 타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만약 검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촉발시킨 김씨를 비롯, 댓글ㆍ트윗 작업에 동원됐던 국정원 대북심리전단 직원들을 기소했더라면 최소한 이 직원들은 선거법 위반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 판사는 “인터넷 글을 직접 남긴 당사자는 글 자체 내용만으로 선거법 위반이 인정된다”며 “댓글을 단 직원들이 기소됐다면 판결 내용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허위사실을 포함해 비방하는 글 등을 남기면 댓글 하나로도 유죄가 되는데, 국정원 직원들이 올린 글 중에는 야당 대선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소지의 글이 많았다.
기소되지 않은 국정원 직원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에서의 진술을 뒤집고 자신의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는 등 ‘바보 행세’까지 하며 원세훈 전 원장 등을 비호했다. 이들이 함께 기소됐다면 자신의 죄를 덜기 위해 상부의 지시 관계를 직접 진술해서, 원 전 원장 등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됐을 수도 있다. 공무원은 금고형 이상을 확정 받으면 당연퇴직하고 연금 등도 감액된다.
물론 직원들의 선거법 위반은 인정하더라도,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가 “원 전 원장이 정치개입만 지시했는데 (직원들이 알아서) 선거개입까지 했다”는 묘수를 짜냈을 가능성도 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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