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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단 국정원 女 왜 기소하지 않았을까

입력
2014.09.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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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단 직원들 불법소지 글 다수, 기소했으면 元판결 달라졌을 수도"

“왜 국가정보원 여직원(김모씨)은 기소하지 않은 겁니까?”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사실을 폭로했던 장진수(41) 전 주무관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내부고발자였으나 상명하복에 따라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고 직장을 잃었는데, 국정원 직원은 왜 봐주느냐는 뜻이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기소하면서 직원들은 “상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기소유예했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압력을 무릅쓰고 어렵게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을 적용했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재판에 넘기지 않는 걸로 어느 정도 타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만약 검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촉발시킨 김씨를 비롯, 댓글ㆍ트윗 작업에 동원됐던 국정원 대북심리전단 직원들을 기소했더라면 최소한 이 직원들은 선거법 위반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 판사는 “인터넷 글을 직접 남긴 당사자는 글 자체 내용만으로 선거법 위반이 인정된다”며 “댓글을 단 직원들이 기소됐다면 판결 내용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허위사실을 포함해 비방하는 글 등을 남기면 댓글 하나로도 유죄가 되는데, 국정원 직원들이 올린 글 중에는 야당 대선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소지의 글이 많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소되지 않은 국정원 직원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에서의 진술을 뒤집고 자신의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는 등 ‘바보 행세’까지 하며 원세훈 전 원장 등을 비호했다. 이들이 함께 기소됐다면 자신의 죄를 덜기 위해 상부의 지시 관계를 직접 진술해서, 원 전 원장 등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됐을 수도 있다. 공무원은 금고형 이상을 확정 받으면 당연퇴직하고 연금 등도 감액된다.

물론 직원들의 선거법 위반은 인정하더라도,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가 “원 전 원장이 정치개입만 지시했는데 (직원들이 알아서) 선거개입까지 했다”는 묘수를 짜냈을 가능성도 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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