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취재했던 기자 중 절반 가량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유가족을 직접 취재한 경우 장애 정도가 더 심했다.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배정근ㆍ하은혜ㆍ이미나 교수 연구팀은 1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재난보도와 트라우마’ 세미나에서 국내 신문사와 방송사 기자 367명을 대상으로 한 심리적 외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한 달이 지난 5월 중순부터 한 달간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를 취재한 기자 270명 중 45.9%(124명)가 PTSD로 판정이 가능한 수준의 심각한 외상 증상을 보였다. 기자들은 취재 과정에서 매우 심한 감정적 동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 체험을 5점 척도로 분석한 결과 슬픔(4.53)이 가장 컸다. 충격(4.36) 분노(4.27) 연민(4.23) 좌절감(4.06) 죄의식(3.43)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유가족을 주로 취재한 기자들의 외상 증상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을 접촉했던 기자 그룹은 사건충격척도(IES)가 27.07점으로 가장 높았다. 구조와 수색작업을 취재했던 기자 그룹은 21.43점, 정부 대응과 검찰 수사 등을 맡은 비현장 취재그룹은 25.34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IES는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과각성, 무의식 중에 사건 장면을 떠올리는 침습, 관련 대화를 꺼리는 회피와 수면장애 등 이상 증상을 점수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기자들이 유가족들의 감정에 몰입하고 때로는 취재 거부, 폭언 등을 경험하면서 정신적 트라우마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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