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인들이 제주시 신시가지 등 개발 잠재력이 높은 노른자위 땅을 집중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이 땅을 많이 가진 지역은 한라산 남쪽보다는 북쪽, 동쪽보다는 서쪽 지역인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대 김태일 교수는 12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를 위한 공유재산 관리체계 구축방안' 토론회에서 2004년부터 지난 5월까지 10여년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인 소유 토지의 분포 현황과 연도별 특징, 면적을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의 랜드맵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자료를 보면 지난 5월 현재 외국인 소유 토지면적은 미국 국적이 370만9천408㎡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중국 356만9천180㎡, 일본 211만6천561㎡ 순이다. 2004년부터 2009년 이전까지는 미국인 소유 토지 면적이 크게 늘었으나 2010년 이후로는 중국인의 토지 소유가 급격히 늘었다.
미국인과 일본인이 소유한 토지는 필지 수가 적지만 토지면적이 넓은 반면 중국인 소유 토지는 일부 대규모 개발지역을 제외하면 비교적 작은 규모의 필지를 대량 매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중국인 소유 토지는 제주시 신시가지와 서귀포시 구시가지 등 개발 잠재력이 많은 곳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위치로는 한라산 남쪽보다는 북쪽, 동쪽보다는 서쪽 지역에 중국인 소유 토지가 많았으며 해안 지역에는 고르게 분포했다. 중산간 소유 토지는 대규모인 게 특징이다.
중국인들은 2008년 이전까지는 토지 매입 실적이 저조하고 그나마 대부분 해안 지역에 편중됐지만 2010년부터 중산간 등 제주도 전 지역으로 매입 대상을 확대했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2012년에는 제주시 신시가지와 서귀포시 구시가지, 중산간에 있는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인들이 제주시 신시가지의 토지를 매입하는 이유는 공항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호텔이나 각종 편의시설 등 사회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을 뿐만 아니라 바오젠거리 조성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 군사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근대역사경관 지역인 송악산 일대 토지를 대부분 중국인이 사들였다며 이곳에 중국자본에 의해 새로운 형태의 리조트가 들어설 경우 경관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산간의 경우 경관 문제로 논란이 이는 아덴힐 리조트와 블랙스톤 골프장 주변에 중국인들이 많은 필지의 토지를 매입했다.
도심지역은 제주시 신시가지의 주요 도로와 가까운 토지를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으며, 호텔이나 모텔 등을 매입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분석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짚었다.
김 교수는 "최근 중국 자본의 급속한 유입과 중산간에 집중된 중국 리조트 개발, 50만 달러 이상의 휴양콘도나 펜션을 사면 영주권을 주는 제도에 대해 우려가 많다"며 "이런 개발은 일시적으로는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반감된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중요한 점은 개발에 대한 인식과 접근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제주의 땅을 단순히 이익창출을 위한 개발 대상으로 보지 말고, 땅의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존중하고 유·무형 자원에 대한 공존과 조화 등의 철학을 실천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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