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쳐
"정부 보조금 단속·제재강화 효과"… "신제품 기다리며 실탄 아끼는 중"
이동통신업계가 잠잠하다. 타사 영업정지 기간임에도 불법보조금 살포와 함께 공격적인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였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를 두고 당국의 단속의지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의견과 다음달 벌어질 갤럭시노트4와 아이폰6 출시를 앞둔 일시적 숨고르기일 뿐이란 해석이 엇갈린다
1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추석 연휴 직전 LG유플러스 단독 영업정지(8.27~9.2) 기간 사이 번호이동은 1일 평균 9,848건에 그쳤다. 이어 추석 연휴와 SK텔레콤 단독 영업정지(9.11~17)가 포함된 기간에도 번호이동은 1일 평균 1만2,362건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초 이동통신 3사의 순차 영업정지(2013.1.7~3.19) 기간에 나타났던 2만8,532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 동안 이동통신업계에선 기기변경은 가능하지만 번호이동을 포함한 신규 가입자 모집이 금지되는 영업정지 기간엔 경쟁적인 타사 가입자 빼앗기로 인해 번호이동 시장이 과열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장 과열 조사 번호이동 기준은 일일 평균 2만4,000건이다.
그런데 영업정지와 더불어 휴대폰 교체가 활발한 추석 연휴까지 포함된 기간임에도 번호이동이 안정적 모습을 보이자,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우선 관계부처가 강력한 불법보조금 근절 의지를 밝힌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통신업계 분위기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모두 한결같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서라도 투명한 휴대폰 유통시장 마련을 위해 불법보조금만큼은 확실하게 뿌리 뽑겠다”는 입장을 수 차례 천명했다. 실제 영업정지 기간이나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수위도 강화됐다. 올 3월 이통사별로 45일씩의 순차 영업정지 명령과 더불어 888억6,000만원(SK텔레콤 537억5,000만원, KT 163억1,000만원, LG유플러스 188억원) 과징금을 부과해 이통사들은 올 상반기 실적이 악화됐다.
또 다음달부터 휴대폰 보조금 규제를 위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통사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을 앞둔 마당에 올해 선임된 관계 부처 장관들의 불법보조금 근절 의지가 강해서 타사 가입자 확보에 필요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가져가기 힘들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현재 번호이동 시장 냉각기는 이동통신업체들의 ‘숨 고르기’에 불과할 뿐 언제든지 재발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하반기 최대 관심기종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나 애플 아이폰6 등의 출시가 임박한 상황이어서 실탄을 아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보조금을 집중 투하할 본 게임이 시작되지 않았단 얘기다. 더구나 삼성전자의 경우 라이벌인 애플 ‘아이폰6’에 대한 맞대응을 위해 당초 다음달 초로 예정됐던 ‘갤럭시노트4’ 국내 출시 시기를 이달 말로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달 26일부터 선 주문 가능한 ‘아이폰6’ 2차 출시 국가 명단에 한국을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아이폰6’의 한국 출시 시점은 이르면 다음달 말께로 점쳐지고 있다.
휴대폰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통사들이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서지 않는 것은 페이스 조절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며 “이통사들의 불법 보조금 지급 여부는 결국 ‘갤럭시노트4’나 ‘아이폰6’ 출시 시기가 지나봐야 알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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