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31ㆍ울산남구청)은 한국 레슬링의 대들보다. 2002년 1월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레코로만형의 간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정지현은 아테네 대회를 마지막으로 뚜렷한 국제 대회 성과가 없다. 특히 아시안게임과 인연이 없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입상에 실패했고, 2006년 도하 대회 때는 대표팀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은메달에 그쳤다.
정지현은 이번 인천 대회를 마지막 국제 대회로 삼고 있다. 4년 전 60㎏에서 71㎏으로 올려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린다. 느낌은 좋다. 지난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금빛 전망을 밝혔다. 아시아선수권 제패는 2004년(60㎏급)과 2006년(66㎏)에 이어 세 번째다.
체급 간 힘의 격차가 큰 레슬링에서 한 체급을 올리는 것은 모험이다. 선수들의 체구 또한 상당한 차이가 있다. 165㎝의 정지현은 60㎏급에서 작은 키가 아니지만 71㎏급으로 눈을 돌리면 작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작은 거인’ 정지현은 특유의 지구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힘의 열세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을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체급을 올린 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부담이 됐지만 지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002년 대회 당시 막내였던 정지현은 어느덧 대표팀 맏형이 됐다. 그 사이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2010년 아시안게임 때 아내 뱃속에 있던 첫째의 태명을 ‘아금이(아시안게임 금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둘째의 태명을 ‘올금이(올림픽 금메달)’로 지을 만큼 금메달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느덧 훌쩍 자란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가족들이 지켜보는 인천 대회에서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정지현은 “아무것도 모르고 긴장한 상태로 경기에 나선지가 엊그제 같은데 대표팀에서 보낸 시간도 10년이 더 지났다”며 “괜히 태명을 금메달과 관련 지어 아이들을 끌어 들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큰데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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