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촬영 파문 후 추가 폭로 이어져… 日 스타 의원들 우경화 논란 거세
재특회 시위에 지방의원 자주 등장, 지방 정계에도 우경화 가속도 우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치 스타로 키우고 있는 여성 간부 의원들이 잇따라 나치 추종 극우단체 대표와 찍은 사진을 계기로 자민당 내에서 민족 차별행위 등 심각한 우경화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차별 발언을 일삼는 헤이트스피치의 배경에는 일본 정치권의 인권 결여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12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장관과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정조회장이 2011년 여름 국가사회주의일본노동자당(National Social Japanese Workers Party) 간부와 함께 촬영한 것을 두고 일본 내에서는 큰 문제가 되고 있지 않지만 서구 언론에서는 즉각 사임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나치와 같은 국가사회주의와 반유대주의를 주창하고 있고, 이 단체의 영문명칭에서 일본을 독일로 바꿔치기하면 나치의 영문 당명칭과 일치한다.
두 의원은 사진을 촬영할 당시 정확한 신분을 알지 못했고, 이후 접촉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문제시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 신문은 과거 다카이치 장관이 ‘히틀러의 선거전략’이라는 친나치 성향의 책자 광고에 추천문을 기고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다카이치 장관측은 “저자를 알지 못하고 추천문을 써준 기억이 없다”고 발뺌했다.
일본 공산당 기관지인 아카하타(赤旗)도 자민당이 2000년 6월 중의원 선거직전 이 단체 간부 소유 회사가 출판한 서적을 조직적으로 구입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책자는 당시 공산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자민당을 이 책을 대량 구입, 선거전에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민당은 “당시 자료가 남아있지 않고 담당자도 그만둔 상태여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도쿄신문은 “이번 사진소동을 일으킨 두 여성 의원은 우파 정치가의 필두격으로 배경에는 자민당의 우경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카이치는 일본 최대의 우파조직인 일본회의 국회의원간담회 부회장, 이나다는 정책심의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일본 패전일인 8월15일에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대표적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우경화는 중앙정계뿐 아니라 지방의회에도 뿌리내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우려했다. 최근 재특회의 헤이트스피치 시위에 보수계 지방의원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가네코 야스유키 삿포로시의원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재특회 멤버는 아니지만 재일특권을 검토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쓰는 등 민족 차별적 성향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아이누 민족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아이누민족의 존재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자민당 삿포로시연합회로부터 제명되기도 했다.
혐한문제 전문가 야스다 고이치는 “지역에 공헌해야 할 의원이 지역분란을 조장하는 발언이나 시위에 참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 배외주의가 풀뿌리사회 뿐 아니라 정계에도 침투해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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