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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오빠부대, 공연 티켓파워 주인공으로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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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오빠부대, 공연 티켓파워 주인공으로 자라

입력
2014.09.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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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관객층 90%가 20~30대 여성...홍대 앞 작은 공연 등 분위기도 주도

서태지 열광 10대 경험 그대로 전이.... 여성팬, 여성 뮤지션 인기에도 한몫

지난해 10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린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2013. 민트페이퍼 제공
지난해 10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린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2013. 민트페이퍼 제공

공연장이나 극장에서 볼 수 있듯 한국 문화 공연의 주요 수요자는 20, 30대 여성이다.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의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공연 관객층은 20, 30대 여성이 90%를 차지했다. 이유가 뭘까. 정확한 근거는 찾기 힘들지만 여성 수용자가 대상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그 이유를 추정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록이 청년 하위문화와 결합하던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친 연구 결과를 보면 여성은 스타(혹은 음악가)와 보다 직접적인 관계를 맺기 원하는 반면 남성은 그가 속한 팬덤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남성 팬이 음반과 포스터를 수집하고 밴드의 계보를 외우는 동안 여성 팬은 밴드의 공연을 보고 무대 뒤에서 그들을 직접 만나려 한다. 대상에 대한 태도의 차이가 소비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은 21세기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미있는 건 ‘그랜드민트 페스티벌’이란 페스티벌의 상징성이다. 2007년에 열린 이 페스티벌은 라인업을 거의 한국 음악가로 구성한 최초의 페스티벌이었는데, 낭만적인 멜로디가 강조된 ‘홍대 앞 인디 음악’을 필두로 올림픽공원에 소풍 가듯 공연장을 찾는 여성 관객을 겨냥해 성공한 페스티벌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2007년 이전 홍대 앞에도 형성돼 있었다. 다만 음악 외에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한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홍대 앞이라는 공간이 아기자기한 곳으로 재설정된 것은 2004년 즈음이었다고 보는데 패션지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방송 등에서 홍대 앞을 본격적으로 다룬 것도 그 즈음이다. 록 밴드가 주로 출연하는 라이브 클럽 대신 깔끔한 인테리어의 작은 공연장에서 열리는 포크ㆍ팝 싱어송라이터들의 공연이 늘어난 것도 이 즈음이다. 이것에 대해선 더 정리해봐야겠지만 아무튼 2007년 전후의 여성(음악 팬)들이 홍대 앞이란 상징적인 장소의 분위기를 바꿔놓은 건 사실이다.

이들이 갑자기 튀어 나왔을까. 그럴 리 없다. 19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 우지원, 문경은, H.O.T와 젝스키스에 열광하던 10대 소녀와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에 적극적이던 20대 여성이 같은 맥락에 있다. 이들이 온 몸으로 느낀 경험은 세대를 넘어 자연스럽게 2007년 이후 공연문화 소비로 이어진다. 2009년 이후 한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새삼스럽다. 오지은, 시와, 흐른 등을 비롯해서 요조나 한희정, 옥상달빛, 제이래빗 같은 여자 가수들이 주목 받은 데에는 여성 팬들의 공감과 지지가 한몫을 했다. 1990년대에 히트한 여자 가수들이 재평가 받은 것도 이 즈음이었는데 대표적으로는 백지영을 비롯해 유진, 바다, 옥주연, 성유리, 간미연, 심은진 등이 솔로 가수나 뮤지컬 배우, 연기자로 활동하며 1990년대보다 더 편안한, 다시 말해 남성이 아닌 여성과 소통하는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것도 시사적이다. 이효리에 대한 최근의 대중적 지지와 관심 역시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산업적 관점에서 여성은 그저 대상에(그것도 이성애적 관계에서) 머무르지만 실제로는 여성들끼리 관계를 맺는 게 아닐까. 여성이 문화예술의 주요 소비자이면서 또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상황은 여자 가수와 엔터테이너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그걸 폭넓은 관점에서 자매애로 불러도 좋지 않을까. 9, 10월 여성 관객을 겨냥하는 음악 페스티벌을 보면서 새삼 이들이 만들 미래가 궁금해진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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