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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 경제, 디플레 국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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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 경제, 디플레 국면 아니다"

입력
2014.09.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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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대의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간 지속됐으나 이는 농산물과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등 공급 측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정부와 학계 일각의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다.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선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이 추가로 악화하지 않았으며, 지난달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이후 소비심리는 소폭 나아졌다. 소비동향 통계를 모니터링 해 본 결과로도 심리가 상당 부분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구체화하면 기업 투자심리도 조금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대외 불확실성에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에 회복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이 심리에만 의존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 심리 위축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자칫 내수 부진의 장기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지난달 금리를 인하하게 된 것이다.

-- 지난달 금리 인하와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추가로 통화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 세월호 이후 상당히 침체된 내수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회복세가 견고하지 못하다. 지난달 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여러 경기활성화 정책을 편 효과가 부분적으로는 있다고 본다. 소비심리 측면에서 일부 효과가 있었고, 금융시장에서도 금리 인하의 파급 효과가 비교적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금리 인하 효과를 제대로 측정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추가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대내외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

--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입에 와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가.

▲ 디플레이션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는 물가 하락세가 많은 품목에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지이다. 둘째 기준은 경제 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낮아져 물가를 떨어뜨리고, 물가 하락이 다시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지금 상황은 디플레이션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1%대 물가가 2년여 지속하고 있지만 농산물과 국제 에너지 가격의 하락 등 공급 측 요인에 주로 기인한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의 기조적 물가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2%대 초반이다. 다만, 한 번 디플레이션에 빠져들면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경계는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본다. 역사적으로 볼 때 디플레이션은 극심한 경기침체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진이 장기화되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지 않느냐는 경계심 차원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최근 엔저 문제가 다시 심각하게 떠오르는데 이에 대한 판단은.

▲ 원·엔 환율의 지속적 하락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원·엔 환율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는 줄었다는 분석 결과가 있지만, 최근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엔화 약세가 장기간 지속된 가운데 추가로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일본 기업의 수익성이 상당히 좋아졌다. 호전된 수익성을 기반으로 일본 기업들이 공격적 마케팅에 나선다든지, 본격적 단가 인하와 가격경쟁에 나설 경우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국내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과 대응방안은.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를 종료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스케줄을 발표할 것이다. 이 내용에 따라 시장금리가 통화정책 변화를 선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내 시장 금리가 올라가는 정도가 과도하다고 판단이 되면 여러 가지 시장 안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안정화 노력을 기울이겠다.

▲ 내수 회복세가 미약하다는 기재부의 경기 판단에 동의하는가.

-- 세월호 이후 위축된 내수가 부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회복세는 미약하다고 판단한다. 기재부의 그린북 진단과 한은 판단에 큰 차이가 없다.

▲ 근원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상승률 격차가 지난달 1%포인트를 넘어섰다. 이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나.

-- 지금의 저물가 현상은 공급 측 요인에 기인한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현상이다. 농산물과 석유 가격 하락으로 1%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것이다. 한은이 소비자물가를 물가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근원 인플레이션도 중시한다. 수요 측면에서의 기조적 물가 상승압력을 나타내는 것이 근원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에 동향을 상당히 중요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 적정 기준금리는 1.75%라는 민간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준금리의 하한선은.

▲ 특정 방식에 의한 적정 금리 산출로 통화정책을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주요 선진국이 제로금리까지 갈 수 있는 것은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가신용등급 등이 선진국보다 낮아서 제로 수준으로 금리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선진국의 통화정책 변화로 내외 금리차가 좁혀지는데 따른 자본이탈 우려는 없나.

▲ 금리가 낮아질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이 자본유출이기 때문에 선진국보다는 분명히 기준금리가 높아야 한다. 지난달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서 내외금리차가 줄어들었다.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내외금리차가 더 축소될 수 있고 자본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국제시장의 흐름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당장 대외금리차를 크게 우려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기와 속도다.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할 것이라고 보지만, 급격한 변화 가능성도 항상 염두에 두겠다.

--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ECB의 완화 조치로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면서 유럽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여지가 생겼지만 이것만 놓고서는 앞으로의 움직임을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은.

▲ 10월에 한은 의견을 내놓도록 하겠다.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하반기 성장률 전망도 달라질 수 있다.

--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 8월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은행 대출이고 비은행 대출은 크게 축소된 모습이다. 늘어난 은행대출도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론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다. 앞으로의 가계대출 흐름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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