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 측근을 겨냥한 신규 제재를 결정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휴전합의 이행 상황을 주시하며 발표를 미뤘지만, 러시아의 휴전 이행 노력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더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 내놓은 성명에서 대러 신규 제재 방안을 12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신규 제재는 러시아의 경제적 대가, 특히 푸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에서 대가를 치르게 할 뿐 아니라 정치적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에 대해 미국인의 신규 거래를 금지하고 만기 30일 이상의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제재 대상 러시아 은행은 스베르방크를 비롯해 대외무역은행(VTB), 가스프롬방크, 국영 대외경제개발은행(VEB), 러시아 농업은행, 뱅크 오브 모스크바 등 총 6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밖에도 러시아가 북극해와 시베리아 일대에서 진행 중인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석유 탐사를 막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엑손모빌과 BP 등 서구권 기업과 러시아 간의 합작 사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EU도 새로운 제재 방안을 12일부터 시행할 예정인데, 로스네프트와 가스프롬 네프트 등 러시아 주요 석유회사와 방산업체가 유럽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과 일부 전자제품의 대 러시아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EU의 추가 제재 결정에 대해 “부적절하고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한 뒤 “우리 측의 적절한 대응 없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며 보복 대응을 예고했다. 러시아는 EU산 자동차의 금수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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