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처럼 보면서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실 분 연락주세요.” 여대생 A(19)양은 올해 6월 미팅 앱을 통해 이런 쪽지를 받았다. 가뜩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대기 벅찼던 A양은 용기를 내 답장을 보냈다. 대전의 한 모텔에서 만난 박모(42)씨는 모텔 방에 있는 컴퓨터로 한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여주며 자신이 대표이고 서울 목동의 고급 주상복합건물에 산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 달에 500만원을 줄 테니 애인처럼 지내자”고 제의했다. A양은 박씨의 말을 믿고 관계를 맺었다.
며칠 후 박씨는 “너와 만나는 걸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곤란해지니 우리 둘만 연락할 수 있는 휴대폰을 개통하겠다. 나중에 돈을 한꺼번에 줄 테니 체크카드를 달라”고 제안했다. 자신의 카드로 구매하면 아내가 카드 명세서를 보고 눈치를 챌 것이라는 박씨의 말에 속아 넘어간 A양은 카드를 건넸다. 박씨는 360만원어치 최신형 스마트폰 2대와 태블릿PC 1대를 구입한 것도 모자라 A양과 만날 때 드는 모텔비와 밥값 등도 전부 A양의 카드로 결제했다. 만난 지 한 달이 돼 돈을 주기로 약속한 날 박씨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박씨 것이라던 회사는 알아보니 한 달 정도 다녔던 직장에 불과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박씨를 사기 등 혐의로 체포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올해 5월부터 서울과 대전 등지에서 가입자에게 무작위로 쪽지를 보내는 미팅 앱으로 만난 여성들을 속여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건네 받거나 훔쳐 사용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7명. 박씨는 이들의 카드로 68회에 걸쳐 2,2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박씨는 강도ㆍ강간 등 전과 12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박씨의 감언이설에 속은 피해자들은 성관계를 맺고 금전적인 피해까지 입었다.
경찰은 10일 박씨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피해 여성 집으로 이동 중이던 박씨의 차량을 발견, 추격전을 벌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의왕톨게이트 진입로를 경찰 차량으로 막아 박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의 휴대폰 통화내역 등을 통해 피해자가 10여명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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