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대 63%가 한 장도 없어… 대신 직불·선불카드 선호
국내 신용카드도 성장세 주춤
미국의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신용카드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금융 전문 온라인 사이트 뱅크레이트닷컴은 1980년대 이후 태어난 18~29세 사이의 소위 ‘밀레니엄 세대’가 신용카드 사용을 꺼린다고 보도했다. 이 사이트는 밀레니엄 세대 1,1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신용카드가 한 장도 없다고 답한 비율이 63%에 달했다고 밝혔다. 30세 이상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같은 조사에서 신용카드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35%였다.
이처럼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가 신용카드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상구매라는 신용결제의 본질적 특성을 거부하기 때문. 지금껏 신용카드를 한 차례도 가져본 적이 없다는 에린 더피(27)는 뱅크레이트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신용카드 고지서를 걱정하며 기다리기보다 필요한 때에 물건값을 바로 지불할 수 있는 상태로 지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기에 자란 밀레니엄 세대는 일과 빚, 신용카드 이용대금 고지서 납부에 대한 강한 두려움이 있다”는 게 미 소매은행연합회의 분석이다.
미 비영리재단 ‘학생융자프로젝트’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미국의 학자금 대출 규모는 평균 6%씩 증가하는 추세. 또 2009년부터 적용된 신용카드법에 따라 21세 미만의 신용카드 발급을 까다롭게 한 것도 한 요인이다. 이들 밀레니엄 세대는 신용카드 대신 직불카드나 선불카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신용카드 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신용ㆍ직불ㆍ체크카드 가운데 신용카드가 금액으로는 90%, 사용건수로는 80%를 차지하는 한국에서도 최근에는 신용카드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기준 발급된 전체 신용카드는 9,371만장으로 1년 전(1억 1,534만장)에 비해 2,163만장(18.8%) 줄었다. 정부의 체크카드 사용 장려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학자금 빚과 취업난으로 고민이 많은 젊은 소비자들의 변화가 차츰 눈에 띄는 추세다. 재테크 인터넷 카페 등에는 “재테크를 시작하면서 신용카드를 잘라 버렸다”는 ‘알뜰족’의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명식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 위기를 겪으며 채무 불이행의 위험을 학습한 소비자들이 스스로 신용 관리를 예민하게 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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