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3000억 달하는 부도위기에도 7년째 미분양 땅에 소음 차단 공사
완충녹지 훼손까지...사유화도 우려
도공 "토지매각 지연 예상 못했다"
11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528-10번지 일대 역북택지개발지구. 용인시청 맞은편인 이곳은 입지가 좋아 용인도시공사가 2007년 의욕적으로 개발에 나섰지만 분양에 실패하면서 수년째 잡풀만 무성한 나대지로 방치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이 곳에 엉뚱하게도 높이 12.5m짜리 방음벽 지주 100여 개가 설치돼 있다. 용인도시공사는 이 방음벽 지주를 설치하는데 6억2,000만원을 들였고 앞으로도 방음판을 덧붙이는데 5억2,000만원을 더 쓸 예정이다.
3,000억원이 넘는 빚을 져 부도위기에 몰린 용인도시공사가 언제 입주할지도 모르는 주민들의 소음 피해를 막는다며 분양도 안된 택지지구에 11억여원을 들여 방음벽부터 설치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곳에 방음벽을 세워 굳이 혜택을 볼 주민을 꼽으라면 1km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단독주택 20여 채뿐이다.
시에 따르면 역북지구는 총 41만7,485㎡ 규모로 공동주택용지 17만5,160㎡, 단독주택용지 2만1,407㎡, 공공청사 용지 5만1,416㎡ 등 24만7,983㎡를 분양 중이나 지난 7월 말까지 팔린 곳은 23.5%인 5만7,895㎡에 불과하다. 공동주택용지의 경우 4개 블록가운데 2012년 5월 매각된 A블록(3만4,394㎡)을 빼면 무려 21차례나 유찰됐다. 용적률을 220%에서 230%로 올리는 등 사업성을 개선해도 건설사들은 관심을 두지 않고 A블록을 813억7,700만원에 사들인 D개발마저도 용인시에 2년이 넘도록 사업승인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미분양에 허덕이면서 용지보상과 개발에 5,720억원을 들인 용인도시공사는 3,298억원에 달하는 금융부채에 시달리면서 부도위기에 몰려있다. 공사가 시급하지도 않은 방음벽부터 설치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용인시의회 이제남 의원은 “준공 승인권자인 용인시와 설치 시기를 협의해 조정할 수 있음에도 경영난에 빠진 용인도시공사가 허허벌판에 방음벽을 만드는 황당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방음벽을 설치하면서 공공시설인 완충녹지를 훼손한 것도 논란거리다. 도시공사는 방음벽을 주거지와 완충녹지(2,400㎡) 사이가 아니라 완충녹지를 포함한 바깥쪽에 설치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의한 법률은 완충녹지를 소음, 진동 등의 공해를 막고 재해 등의 발생 때 피난지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처럼 방음벽이 외곽에 설치돼 완충녹지가 단지 내로 포함되면 택지지구 외곽 보행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게 됨은 물론, 공공을 위한 완충녹지가 특정 아파트의 사유지로 전락하게 된다.
이에 대해 용인도시공사 관계자는“예정대로 방음벽 설치를 추진한 것으로 토지매각이 늦어질 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방음벽 위치 등도 환경영향평가와 용인시의 도시디자인 심의 때 주민의 조망권을 고려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원시는 2011년 11월 이목동의 한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방음벽을 완충녹지와 도로 중간으로 이전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자 “완충녹지 도입 목적에 맞지 않고 공동주택의 사유물이 될 수 있다”고 불허한 바 있어 용인도시공사의 해명은 군색하다는 지적이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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