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금융위 전체회의서 KB금융 회장 징계 최종 결정
최수현·임영록·신제윤 30년 지기의 얄궂은 운명
임영록(행시 20회) KB금융지주 회장, 신제윤(24회) 금융위원장, 그리고 최수현(25회) 금융감독원장.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 출신 3명이 한 자리에 모인다. 이들이 마주할 자리는 12일 오후 열릴 예정인 금융위원회 전체회의. 가혹하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눌 수밖에 없는 벼랑 끝 심판대다.
지난주 최 원장이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 결정을 뒤엎고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하면서 임 회장과 최 원장은 이미 철저히 등을 돌린 사이. 새로 칼자루(금감원의 중징계안 승인 여부)를 쥐게 된 신 위원장이 이날 회의에서 누구의 손을 드느냐에 따라 이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묘한 형국이다.
세 사람의 인연은 적어도 30년 이상이다. 고시에서 가장 후배인 최 원장이 1982년 공직에 입문한 이후로만 쳐도 벌써 32년째 인연. 모두 옛 재무부를 친정으로 삼고 있어 개인간 친소 관계와 무관하게 넓은 공무원 사회에서 ‘특수 관계’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임 회장과 최 원장은 동갑인데다 서울대 법대와 상대가 지배해 온 모피아의 주류에서 비껴난 서울대 사범대 동문. 비주류의 서러움을 매개로 수십 년 간 더 없이 각별한 사이를 유지해 왔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하지만 조직의 수장은 종종 개인적 인연을 떠나 냉혹한 판단을 요구 받는 자리. 올 봄 KB사태가 시작된 이후, 최 원장이 먼저 임 회장에게 중징계라는 칼날을 들이밀자 임 회장이 백방으로 소명과 구원 활동을 벌인 결과, 지난달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경징계로 낮추며 반격에 성공했다. 이에 최 원장이 지난주 또 다시 중징계 강행이라는 역공을 펼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골이 패일 대로 패였다.
여기에 또 다른 30년 지기 동료인 신 위원장이 나설 차례가 됐다. “억울하다. 조직 안정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버티는 선배(임 회장)와 “금융권 전체를 위해 물러나 달라”는 후배(최 원장) 사이에서 싫든 좋든 양단 간의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 지금은 신 위원장 역시 ‘자리’가 요구하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 처지다.
금융권에서는 대체로 신 위원장이 최 원장의 결정을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금감원에서 이미 한차례 자문기구의 권고를 뒤집은 부담을 또 다시 감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임 회장의 소명을 충분히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고 하지만 또 다시 결정이 번복될 경우, 금융당국의 권위가 입을 상처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이미 어떤 결정이 나든 끝까지 가보겠다고 선언한 상태. 임 회장이 만약 금융위의 중징계 확정에도 불구,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세 사람의 그나마 남은 친분은 더욱 잘게 쪼개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과가 어떻게 되던, 세 사람 모두에게 참 얄궂은 운명”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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