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갈림길서 만난 '모피아 3인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갈림길서 만난 '모피아 3인방'

입력
2014.09.12 04:40
0 0

오늘 금융위 전체회의서 KB금융 회장 징계 최종 결정

최수현·임영록·신제윤 30년 지기의 얄궂은 운명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신제윤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신제윤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최수현 금감원장. 코리아타임스
최수현 금감원장. 코리아타임스

임영록(행시 20회) KB금융지주 회장, 신제윤(24회) 금융위원장, 그리고 최수현(25회) 금융감독원장.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 출신 3명이 한 자리에 모인다. 이들이 마주할 자리는 12일 오후 열릴 예정인 금융위원회 전체회의. 가혹하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눌 수밖에 없는 벼랑 끝 심판대다.

지난주 최 원장이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 결정을 뒤엎고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하면서 임 회장과 최 원장은 이미 철저히 등을 돌린 사이. 새로 칼자루(금감원의 중징계안 승인 여부)를 쥐게 된 신 위원장이 이날 회의에서 누구의 손을 드느냐에 따라 이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묘한 형국이다.

세 사람의 인연은 적어도 30년 이상이다. 고시에서 가장 후배인 최 원장이 1982년 공직에 입문한 이후로만 쳐도 벌써 32년째 인연. 모두 옛 재무부를 친정으로 삼고 있어 개인간 친소 관계와 무관하게 넓은 공무원 사회에서 ‘특수 관계’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임 회장과 최 원장은 동갑인데다 서울대 법대와 상대가 지배해 온 모피아의 주류에서 비껴난 서울대 사범대 동문. 비주류의 서러움을 매개로 수십 년 간 더 없이 각별한 사이를 유지해 왔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하지만 조직의 수장은 종종 개인적 인연을 떠나 냉혹한 판단을 요구 받는 자리. 올 봄 KB사태가 시작된 이후, 최 원장이 먼저 임 회장에게 중징계라는 칼날을 들이밀자 임 회장이 백방으로 소명과 구원 활동을 벌인 결과, 지난달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경징계로 낮추며 반격에 성공했다. 이에 최 원장이 지난주 또 다시 중징계 강행이라는 역공을 펼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골이 패일 대로 패였다.

여기에 또 다른 30년 지기 동료인 신 위원장이 나설 차례가 됐다. “억울하다. 조직 안정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버티는 선배(임 회장)와 “금융권 전체를 위해 물러나 달라”는 후배(최 원장) 사이에서 싫든 좋든 양단 간의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 지금은 신 위원장 역시 ‘자리’가 요구하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 처지다.

금융권에서는 대체로 신 위원장이 최 원장의 결정을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금감원에서 이미 한차례 자문기구의 권고를 뒤집은 부담을 또 다시 감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임 회장의 소명을 충분히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고 하지만 또 다시 결정이 번복될 경우, 금융당국의 권위가 입을 상처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이미 어떤 결정이 나든 끝까지 가보겠다고 선언한 상태. 임 회장이 만약 금융위의 중징계 확정에도 불구,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세 사람의 그나마 남은 친분은 더욱 잘게 쪼개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과가 어떻게 되던, 세 사람 모두에게 참 얄궂은 운명”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