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법원이 여자친구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7)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 쟁점인 살인죄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외신에 따르면 11일 남아공 행정수도 프리토리아 고등법원에서 열린 피스토리우스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재판부(재판장 토코질레 마시파)는 관심이 집중된 피스토리우스의 여자친구 고의살인죄 혐의에 대해 “검찰은 피스토리우스가 여자친구를 쏴 숨지게 한 것이 계획된 살인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스토리우스는 사전에 살해를 계획하지 않았고, 자신의 행동으로 문 뒤에 있는 사람이 살해될 것이라고 명백하게 예측할 수 없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과실치사, 불법 총기소지 등의 혐의에 대한 판결이 남아있다.
피스토리우스는 지난해 밸런타인데이(2월 14일)에 프리토리아 동부의 실버우드 컨트리 주택단지 내 자택에서 여자친구 리바 스틴캄프(29)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현장서 체포됐다가 같은 달 2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피스토리우스는 그 동안 “집에 강도가 침입한 것으로 오인해 총격을 가했던 것”이라며 고의적인 살해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왔다. 선고공판에서는 유ㆍ무죄만 선고되며 형량은 2~3주 후 검사의 구형을 거쳐 결정된다고 한다.
그는 양쪽 다리의 종아리뼈가 없는 장애를 안고 태어나 생후 11개월 때 양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은 뒤 탄소 섬유 재질의 칼날 모양 의족을 장착하고 육상선수로 활약했다. 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세계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절단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도 출전해 ‘인간승리’의 상징으로 불렸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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