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이 지난달 4조6,000억원 급증해 7년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1일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규제가 완화된 지 한달 만에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어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가계대출 전체 증가액과 정확히 일치하는 4조6,000억원이 증가, 올해 1~7월 월평균 증가액 1조5,000억원의 3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번 증가세는 일시적 요인 등에 더해,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은행 대출로 대거 갈아탄 결과여서 아직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가장 크게 작용한 일시적 요인은 은행이 취급하는 주택금융공사 유동화조건부 적격대출의 급증이다. 일종의 정책모기지론인 적격대출은 취급은행이 지난달 2곳에서 이달부터 8곳으로 늘어나는데다, 공사가 은행으로부터 매입하는 적격대출 채권 금리도 이달부터 3.3%에서 3.47%로 올라, 은행들이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에 앞서 지난달에 집중적으로 관련 대출을 늘리며 3조8,000억원을 차지했다.
주택금융공사 적격대출 외에,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 요인으로는 지난달 서울 주택거래량이 전월 대비 600호 늘어나는 등 비교적 위험이 없는 주택 구입용 실수요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큰 문제는 없다. 아울러 주택담보여력 확대에 따라 고금리의 비은행권 및 신용대출 등을 금리가 싼 은행 담보대출로 대거 전환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실제 지난달 비은행권 대출 증가액은 400억원에 그쳐 올해 비은행권 월평균 대출 증가액 약 5,000억원의 10분의 1로 줄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신용대출도 추가 증가세가 거의 없어 ‘저금리 대출 갈아타기’의 효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LTVㆍDTI 대출 규제완화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무분별하게 증가한 가계대출이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쏠리며 경제 거품을 심화시키고, 결국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위험을 증폭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대출 증가는 부동산 경기를 적정하게 뒷받침하면서, 오히려 ‘저금리 대출 갈아타기’ 등을 통해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을 경감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가계대출의 가파른 증가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부동산 가격 등 경제 전반에 거품이 형성될 가능성이다. 당국은 당장 위험이 없다고 자신할 게 아니라, 가계대출 증가의 속도와 폭을 면밀히 점검해 적정선을 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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