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곳 불법 찾아내 적발률 3배
수도권의 A석유대리점은 ‘석유제품 수급거래상황 주간 보고제도’가 시행된 7월 첫 주 한국석유관리원에 등유 판매량을 4만9,000ℓ로 보고했다. 올 1~5월 1주일 평균 판매량(1만7,000ℓ)의 3배 가까이 되는 양이다. 이상 징후로 판단한 단속팀이 A대리점에서 등유를 산 다른 대리점과 주유소 등을 점검하자 한 여름에 주로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등유 판매량이 급증한 이유가 드러났다. 등유 식별제가 사라지고 바이오디젤 등이 첨가돼 가짜 경유로 둔갑해 있었던 것.
대전의 B석유대리점은 같은 달 석유관리원에 휘발유와 경유 2만ℓ를 매입해 판매했다고 주간보고를 올렸다. 그러나 B대리점과 거래하는 주유소 4곳의 총 매입량은 60만ℓ로 무려 30배나 많았다. 단속팀의 확인결과 B대리점은 유류 저장고와 수송장비(탱크로리차량)도 없는 유령대리점이었다. 다른 경로로 기름을 구입한 주유소들은 장부를 맞추기 위해 B대리점으로부터 허위 매입자료만 구입한 것이다. 석유관리원은 대전시청에 대리점 등록취소를, 관할 세무서에는 세무조사를 요청했다.
석유업계의 강한 반발을 뚫고 석유제품 수급거래상황 보고 기간을 월간에서 주간으로 단축한 효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7월 1일 주간보고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2개월간 평균 보고율이 98.6%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의무대상 별로는 정유사가 100%이고, 주유소의 경우 99.3%로 월간보고 당시 평균 보고율(98.4%)보다 높아졌다. 석유수출입업체(85.5%)와 대리점(84.1%) 중에는 수입ㆍ거래실적이 없거나 1인 운영, 무단휴업 중인 업체들이 있어 상대적으로 보고율이 낮다.
석유관리원은 주간보고 시행 이후 2개월 간 4,197개 업소를 점검해 가짜 석유 유통,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 불법행위 업소 65개를 적발했다. 시행 전 2개월 간 5,045개 업소 가운데 27개 업소의 불법행위를 밝혀낸 것과 비교하면 적발률이 0.5%에서 1.5%로 3배 상승했다.
이는 보고 주기가 짧아지며 단속에 실효성이 생긴 영향이다. 월간보고 때는 한국석유공사가 매입매출 자료를 취합해 석유관리원에 넘기는 기간이 있어 사실상 2개월 전 자료로 점검을 했기 때문에, 현장에 나가도 이미 ‘증거’가 사라져 단속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이전에는 발로 뛰며 무작위로 단속을 했는데, 주간보고 이후 거의 실시간으로 판 곳과 산 곳을 교차 확인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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