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원더스의 전격 해체로 허민(38) 구단주의 실험적 인생이 다시 한번 주목 받고 있다. 서울대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1년 게임업체 네오플을 설립했다. 이후 2005년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출시해 사업가로서 큰 성공을 거머쥐면서 일약 벤처계 샛별로 떠올랐다. 2008년에는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하고 돌연 미국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나는 등 독특한 삶의 궤적을 그려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허 구단주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 것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2010년 소셜커머스업체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 대표를 맡으며 사업가로 다시 돌아온 듯했던 그는 이듬해 ‘야신’ 김성근(72) 감독과 손을 잡고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창단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프로야구 무대에 서지 못하는 야구선수들의 꿈을 실현하고 인재를 육성한다는 원더스의 모토는 야구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서울대 야구부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허 구단주는 2013년 서른일곱 늦깎이로 미국 독립리그인 캔암리그(Can-Am League)의 락랜드 볼더스(Rockland Boulders)에 선수로 입단하면서 다시 한번 남다른 이력을 한 줄 더 추가했다.
서울대 출신 벤처사업가, 1조원대 청년 자산가, 독립야구단 구단주…. 늘 별난 타이틀이 따라다니던 허 구단주의 실험 정신은 많은 청년들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를 대신해 팀 해체를 발표한 하송(37) 원더스 단장은 “3년 동안 열심히 뛰어준 감독님, 코치님들,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원더스 구단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2∼3개월 월급을 더 지급하기로 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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