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게 됐다. 야구단을 더는 운영할 수 없게 됐다.”
하송(37) 원더스 단장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선수들을 볼 낯이 없어 고개 조차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갈 곳 없던 ‘패배자’를 ‘승리자’로 만들었던 기적은 더는 없다. 프로 구단으로부터 지명 받지 못했거나 방출 당했던 선수들. 그들의 도전이 9월11일 오전 9시30분에 멈췄다.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3시즌 만에 팀 해체를 결정했다. 하 단장은 이날 오전 선수단 미팅을 통해 선수들과 코치진에 팀 해체 결정을 알렸다. 그는 “야구단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됐다. 3년 동안 열심히 뛰어준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하 단장은 이어 “독립리그가 형성되지 않은 한국에서 한 팀으로 운영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김성근(72) 감독도 “작별의 시간이 너무 빨리 왔다. 야구인으로서 선수들이 기회를 일찍 놓치는 것 같아 정말 아쉽고 미안하다”며 “코치들이 11월까지 경기장에 나와 함께 훈련할 것이다. 나도 선수들이 새로운 길을 찾을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원더스의 해체는 불투명한 구단의 미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괴짜 구단주로 통하는 허민(38) 구단주는 매년 사비로 30억원 이상을 구단에 투자했지만,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창단 당시 “야구단 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선 1원도 가져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어느덧 12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더군다나 또 다른 독립 구단이 창단될 리 없고, 일본처럼 독립리그가 활성화 될 가능성도 제로에 가까워, 주변에서 원더스의 운영 지속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줄곧 요구했던 퓨처스(2군)리그 정규 편성 무산도 팀 해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간 원더스는 초청팀 자격으로 퓨처스리그에 참가해왔다. 교류전 형식으로 경기를 치렀고, 매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경기 수에 대해 논의해야 했다. 원더스는 꾸준히 “퓨처스리그 정규편성을 해달라”고 요청해왔고, KBO는 2012년과 2013년 48경기였던 교류전을 올해 90경기로 늘리고 “내년에도 90경기를 치르자”고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원더스는 “그 다음 해에 경기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라며 “우리 팀에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KBO는 원더스의 퓨처스리그 정규 편성 의견만은 끝내 받아 들이지 않았다. 원더스에 1군 팀이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2011년 12월 창단한 원더스는 이듬해 7월 이희성(투수)이 LG에 입단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7월에는 김진곤(외야수)이 KT 유니폼을 입었다. 22명이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최근 프로야구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LG 트윈스에 지명된 포수 정규식을 포함하면 23명이다.
특히 황목치승(LG) 안태영(넥센) 송주호(한화) 등은 1군 무대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구단은 “해체를 결정했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11월말까지 월급을 지급한다”며 “선수들이 프로 구단의 테스트를 치를 수 있도록 훈련 장소와 훈련비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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