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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해 지름길 찾는다, 신약 개발 전략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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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해 지름길 찾는다, 신약 개발 전략 변화

입력
2014.09.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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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중단된 약 성분에서 새 용도 찾는 '신약 재창출' 주효

신약개발단 지원도 한몫, 3년 만에 국내외 기술 이전 6건

서울, 2년째 최다 임상시험 도시

국내 제약업계와 의료계 성장동력인 신약개발 시장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엔 ‘뚝심’과 ‘비밀’을 무기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이제는 정반대다. 외길보다는 협력을 통한 지름길을 찾아 나서고, 핵심 역량을 교환해 시너지 효과를 낼 상대를 물색한다. 신약개발 필수 절차인 임상시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관련 전문직이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의 이런 변화를 국제학계도 눈 여겨 보기 시작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드럭 디스커버리’ 9월호는 한국을 중국, 이스라엘과 함께 신약개발 분야의 ‘미래 혁신자’로 분류했다. ▦공적 자금 ▦특허와 논문 ▦인재 ▦임상시험 등 여러 방면의 신약개발 관련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 학술지는 대형 제약사들에게 “미래 혁신자 국가의 연구개발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전통적 신약개발은 화학물질 데이터베이스에서 특정 효능을 보이는 성분을 찾아 신약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을 추린 다음에야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신약 하나 개발하는데 10~20년, 수조원이 필요한 이유다. 또 이 과정이 공개되면 경쟁자들이 벤치마킹할까 봐 대다수 연구진이나 기업은 어느 물질로 실험하는지, 어떤 병을 연구하는지 비밀에 부쳤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거액을 투자했는데 한 푼도 못 건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초기 효능을 보이다가 갈수록 신약 가능성이 떨어지는 물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성공률이 10%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런 낭비를 줄이기 위해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과거 신약 후보물질로 연구되다 유효성이나 편의성, 지속성 등의 이유로 개발이 중단된 성분이나 이미 처방되고 있는 약 성분에서 새로운 용도를 찾는 것이다. 아주대 의대 박상면 교수팀은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체내 메커니즘을 차단하는 성분이 난청 치료 효능도 있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하고 이를 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박 교수는 “연구가 상당 부분 이뤄진 성분이기 때문에 개발 시간과 비용은 크게 줄고,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와 탈모치료제 미녹시딜, 혈전예방제 아스피린 등이 이런 신약재창출 전략으로 개발됐다. 현재 용도로 쓰이기 전 이미 고혈압(비아그라, 미녹시딜)이나 해열진통(아스피린) 효능으로 연구 또는 처방된 약들이다.

올 2월엔 국내 생명과학기업 큐리언트가 신약 후보물질 기술을 러시아에, 3월엔 파멥신이 중국에 이전했다. 벤처기업의 외국 기술이전이 이례적으로 잇따라 성공한 데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역할이 있었다. 될 성 부른 신약 후보물질을 선별해 중점 지원한 것이다.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한 연구진과 상용화에 목마른 기업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할 수 있게 다리도 놓았다. 자금이 부족하거나 상용화 기회를 못 잡아 신약 후보물질이 실험실에 묻히는 걸 막기 위해 연구진과 기업들의 참여도 적극적이었다. 사업단 관계자는 “출범 3년 만에 국내외 라이센싱 아웃 6건(기술이전액 약 266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또 지난해 임상시험 건수 세계 10위로 이 분야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서울은 2012년에 이어 2년 연속 최다 임상시험 도시로 기록됐다. 건수가 늘고 규모가 커지면서 임상시험전문요원(CRA)의 중요성도 커졌다. CRA는 임상시험이 계획대로 이뤄지는지, 데이터가 정확히 기록되는지, 피험자의 권리가 보호되는지 등을 관리ㆍ감독한다. 몇몇 제약사와 병원은 아예 자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등 CRA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개발 시장에서 CRA는 위상과 대우가 좋은 직종”이라며 “요즘은 비이공계 전공자까지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등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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