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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영어] Idioms are not universal. (관용구는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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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영어] Idioms are not universal. (관용구는 제한적이다)

입력
2014.09.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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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 Listening and Speaking

한 독일인 기업가가 러시아에서 열린 기업 포럼에 참석했는데 영국인 파트너와 대화하면서 그의 관용구 표현을 이해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관용구인 Idiom은 단어 자체의 직역 의미보다 역사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실제 뜻이 독특하게 쓰이는 것을 말한다. 요즘 영어는 원어민보다 비원어민이 더 많이 쓰는 언어가 됐기 때문에 International English, World Englishes 같은 말이 생겨나고 있다.

국제 무대에서 ‘How are you?’라고 하면 어느 나라 사람도 쉽게 이해하지만 ‘What’s up?’이라고 인사를 건네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꽤 많다. 원어민 중에서도 미국인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비록 은어(slang)가 아니더라도 다문화 환경에서는 고민할 부분이다. 어떤 사람은 짜증을 내며 ‘I speak English, not slang.’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Oh, you are using idiomatic e-pressions.’라고 말하며 에둘러 불만을 표출한다. George Orwell은 관용구가 기성복처럼 편리한 것 같지만 경계심을 갖고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kick the bucket’은 ‘자살하다’는 의미의 관용구인데 과거에 양동이 위에 올라가서 스스로 목을 매던 것에서 유래했다. 남북전쟁 무렵 미국 미시시피 강 서쪽 지역에서 이 어구는 단순히 ‘법망을 피해 도주하는’의 뜻으로 쓰였는데 시간이 지나며 본래의 뜻은 없어지고 이젠 ‘자살하다’는 뜻만 남았다. 여기서 파생된 bucket list는 죽기 전에 해봐야 할 것을 의미하는데 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어만 알 뿐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바로 관용구의 효용성과 한계인데 관용구가 국제 무대에서 통용 가능한(universal)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외국인 입장에서 영어를 말할 때 관용구냐 아니냐의 문제도 신경 써야 하지만 직역적 영어보다 영어다운 영어(proper English)를 지향하는 것이 좋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가령 ‘Please, remove the dirty dishes from the table.’ 같은 문장은 어법 상 하자가 없지만 보다 간단하게 ‘Please, clear the table.’이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 후자는 관용구로 보지 않고 평범한 일상 영어로 본다. ‘진실을 그대로 전했다’는 표현으로 ‘I related the truth.’보다 ‘I told the truth.’가 영어다운 영어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감칠맛 나는 표현을 배우는 것이 문제인 건 아니지만 그런 어구를 비원어민에게 사용하는 것은 소통보다 불통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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