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안방에서 개최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손님맞이로 분주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북한의 인공기 게양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대회 개최 도시 길거리에 45개 참가국 국기를 모두 게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아시안게임 협력 도시 경기 고양시 종합운동장 앞 도로에 10일 내걸린 북한 인공기를 본 보수단체의 항의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기를 내린 것이 오히려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 58조에 따르면 “모든 경기장 및 그 부근, 본부 호텔, 선수촌과 메인프레스 센터, 공항 등에는 OCA기와 참가 올림픽위원회(NOC) 회원들의 기가 게양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참가국 중 하나라도 이의를 제기할 경우 변명의 여지가 없는 국제 망신이다. 아시안게임 조직위가 정확한 경위를 설명하지 않고 논란이 확산되자 통일부는 11일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갈등을 불식하고 대회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는 측면에서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인공기 훼손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도 인공기가 훼손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며 “대회의 원만한 진행뿐 아니라 남북 관계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조치”라고 군색한 변명을 늘어 놓았다.
하지만 앞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때는 인공기가 경기장은 물론 거리에도 내걸렸다. 10년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이 갑자기 지금 와서 안 된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때 인공기 관련 보수단체의 항의가 잇따르면 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규정도 무시할 것인지 궁금하다.
어떤 이념이나 정치성과도 타협하지 않는 것이 스포츠의 힘이다. 45개 OCA회원국 전원이 참가하는 ‘100% 아시안게임’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서라도 참가국의 국기 게양은 필수다. ‘인공기 논란’은 모처럼 일고 있는 남북한 스포츠 화합의 장에 우리 스스로 제대로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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