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지상선 정부군·쿠르드군, 시리아선 온건주의 반군이 교전
이라크·시리아 동시다발 공습 땐 지중해서 토마호크로 타격 검토
美·英·佛은 공습 전담 형태 될 듯… 아랍동맹국 협력이 성패 관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장고 끝에 10일 저녁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슬람국가(IS) 반군 격퇴전략을 발표함에 따라 미국 및 그 동맹국의 IS 섬멸작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게 됐다.
미국은 당초 우려에도 불구, 서방ㆍ아랍 동맹국 일부를 같은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향후 작전은 인명 피해 위험이 적은 공습은 미군과 영국ㆍ프랑스가 맡고, IS 반군과의 지상 교전은 이라크 정부군과 시리아 반군이 사실상 전담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IS에 대한 양면 압박
미국 주도의 연합국은 IS가 발호하는 이라크와 시리아를 ‘두 개의 전선’으로 분리, 차별화된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우선 이라크에서는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군이 지상 작전을 주도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공습을 강화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군에 공습을 허용한 시리아에서는 IS 반군과의 직접적인 지상 교전은 온건주의 반군이 맡게 된다. 온건주의 반군의 전투력은 아직 IS에 크게 뒤진 것으로 평가되는데, 미국은 이들을 신형 무기로 무장시키고 체계적인 군사 훈련을 시켜 군사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미 의회에 5억달러(5,000억원)의 예산지원을 요청했다.
또 다른 관건은 미국이 언제, 어떤 형태로 시리아 공습을 단행할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IS를 상대로 ‘조직적 공세’를 펴겠다고 밝힌 만큼 이라크와 시리아 전선에서 동시다발적 공습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미군은 터키 남부 인지클릭 공군기지, 바레인의 이사 공군기지, 페르시아만에 배치된 조지 H.W 부시 항모타격전단 등 모두 7곳에서 발진해 공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유럽 주둔 미군이 투입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리적으로 시리아는 지중해에 더욱 가깝기 때문에 유럽 내 기지에서 발진한 전투기나 AC-130 공격기가 IS 반군에 대한 공습을 주도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도 지중해에 배치된 미사일 구축함 콜 호(DDG-67)를 이용해 최대 사거리 1,700㎞의 BGM-109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통한 타격도 검토되고 있다. BGB-109 토마호크 미사일은 450㎏의 고폭탄 탄두를 탑재해 가공할만한 공격력과 정확도를 자랑한다.
아랍 동맹국 행보가 성패의 관건
미국이 이번 작전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가장 공들인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IS 격퇴전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압둘라 사우디 국왕에게 ‘반 IS 동맹’ 결성의 중요성과 함께 사우디의 참여를 간곡히 당부했다. 이에 화답하듯, 압둘라 국왕도 IS와 직접 교전할 시리아 반군에 대한 군사 훈련과 장비 지원에 동의했다.
워싱턴 씽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사우디, 터키,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등 주변 아랍국의 협력을 ‘IS 격퇴 전략’성공의 핵심 전제조건으로 분석했다. 안토니 코데스맨 연구원은 “아랍 동맹국은 IS를 타격할 공군기지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IS 자금통로 봉쇄 ▦IS 지원자의 입국 금지 ▦IS 점령지역에 대한 선무 공작 등 이번 작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데스맨 연구원은 그러나 미국 요청에도 불구하고 터키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내부적으로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에르도한 터키 대통령의 경우 IS가 격퇴된 뒤 불거질 이라크 쿠르드족의 독립 열기가 터키 쿠르드족에게 옮겨 붙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은 수니파인 IS 세력에 대한 동정 여론이 뿌리 깊은 쿠웨이트와 카타르의 지도자들도 미국 요구에 동참할 경우 내부 분열이 발생할 가능성 때문에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 밖에도 현실적으로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공습만으로 IS 근거지를 소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습 표적에 대한 정보와 조준능력이 확실치 않으면 민간인들에 대한 피해가 잇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또다시 ‘전쟁 수렁’에 빠진 미국
IS 격퇴 전략의 성공 여부를 떠나, 미국이 또다시 ‘전쟁 수렁’에 빠져 든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15분간 읽어 내려간 연설문에는 임기 2년을 앞둔 상황에서 바닥까지 인기가 추락한 복잡한 속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눈엣가시 같은 IS 반군을 군사적으로는 응징하고 싶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전쟁을 끝낸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려는 이율배반적 태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IS 격퇴전략’을 수 년전 미군이 단행한 예멘과 소말리아 테러 지도자에 대한 정밀타격 작전에 비유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결정을 소규모 작전 수준으로 낮춰,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시작한 이라크ㆍ아프간 전쟁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결정으로, 부시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후임자에게 전쟁이라는 유산을 물려주게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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