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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처럼...선유낙조 바라보며 지친 몸 추스려 볼까

입력
2014.09.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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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경관, 신선 노닌다고 해 선유도

명량해전 승리한 충무공이 진 옮겨와 장계 쓰고 전함 고치며 쉬어 갔던 곳

신시도ㆍ무녀도 잇는 교량 내년 완공, 47억 투자한 관광지 조성 사업 박차

주민들 "車 진입 제한해 환경 지켜야"

군산의 선유도가 내년 말이면 연륙교로 육지와 연결된다. 고군산군도의 신시도에 새만금방조제가 연결된 뒤, 섬들을 잇는 다리가 놓이며 천혜의 절경을 지닌 선유도까지 육로가 뚫리게 된 것. 섬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듯 올망졸망 모여있는 고군산군도의 전경. 군산시청 제공
군산의 선유도가 내년 말이면 연륙교로 육지와 연결된다. 고군산군도의 신시도에 새만금방조제가 연결된 뒤, 섬들을 잇는 다리가 놓이며 천혜의 절경을 지닌 선유도까지 육로가 뚫리게 된 것. 섬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듯 올망졸망 모여있는 고군산군도의 전경. 군산시청 제공

영화 ‘명량’이 누적관객 1,7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이 영화에 에필로그를 더한다면 이런 신도 가능하겠다. 명량에서 승리를 거둔 충무공이 지친 병사들을 이끌고 서해 고군산군도의 선유도로 옮겨가선 임금을 기다린다는 망주봉이 보이는 해변에 앉아 만감이 교차된 표정으로 울돌목의 기적 같은 승리를 떠올리는 장면이다. 실제 충무공은 명량해전 직후 군산 앞바다인 선유도로 진을 옮겼다. ‘난중일기’에 따르면 장군은 선유도 도착 후 심한 몸살을 앓았으며, 의주의 조정에 명량해전의 승리를 전하는 장계를 써서 올렸다. 충무공은 12일간 선유도에 머물며 지친 몸을 추스리고 파손된 전함을 수리한 뒤 다시 남해로 나갔고, 14개월 후 노량에서 최후를 맞았다.

충무공이 명량해전의 승리를 자축하고 전투의 피로를 풀었던 섬 선유도가 내년 말이면 다리로 연결된다. 군산항에서 쾌속선으로 40분이 넘게 걸리는 뱃길의 섬이 앞으론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유도는 63개의 섬이 올망졸망 무리를 지어있는 고군산군도의 중심 섬이다. 신선이 노닌다는 이름을 지닌 선유도는 고군산군도에서도 경치가 유독 빼어나 ‘선유팔경’이 전해 내려오고, 아름다운 백사장과 섬의 역사를 대변하는 군산진터를 비롯 절제사비, 오룡묘, 망주봉 등 볼거리가 많다.

새만금방조제와 연결돼있는 신시도에서 무녀도를 잇는 왕복 2차선 다리 공사가 내년 말 마무리되면 선유도도 이제 배 없이 육지와 연결되는 것이다. 현재 무녀도와 선유도는 이미 기존의 작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선유도 연결도로의 랜드마크인 ‘단등교’에는 국내 최초로 1주탑 현수교 건설 방식이 적용됐다. 보통 2개의 주탑을 케이블로 연결하는 현수교와 달리 1개의 주탑과 지면을 연결한 케이블이 다리 상판을 떠받치는 방식이다. 익산지방국토청은 섬과 섬 사이가 좁아 주탑 2개를 세우면 선박의 통행에 지장이 있고, 해양자원을 훼손할 수 있어 1주탑 방식을 선택했다고 한다.

면적 2.13㎢, 265세대 594명(8월말 현재)이 거주하는 작은 섬인 선유도는 조개무덤에서 빗살무늬토기 등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바다 건너 중국과 가깝다고 해서 중국의 닭 홰치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인근 섬 신시도의 월영봉에서 최치원 선생의 글 읽는 소리가 중국에까지 들렸다는 과장이 심한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고려시대에는 송나라 무역로의 기항지였을 뿐만 아니라, 최무선이 왜구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진포해전 기지였고 임진왜란 때는 함선의 정박기지로 해상 요충지였다.

선유도는 지금의 군산시의 지명과 유래가 깊다. 예전 선유도는 군산도라 불렸다. 조선 태조 6년(1397년) 금강과 만경강을 따라 내륙으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기 위해 수군부대를 이곳에 설치했다. 처음에는 적을 방어하는데 효과를 보았지만 왜구가 이곳을 우회해 내륙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자 세종 때 수군진영을 섬에서 빼 현재 군산시가 자리잡은 금강 입구 진포로 옮겼다. 이러면서 진포가 군산진이 됐고 기존의 군산도는 옛 고(古)자가 붙어 고군산이 됐다. 이후 고군산이라는 명칭은 선유도만이 아닌 인근 섬 전체를 지칭하는 지명이 됐다. 즉 원래 군산은 선유도이고, 지금의 군산은 신군산이란 얘기다.

군산시는 연륙교 완공 후 선유도에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릴 것으로 보고 이곳을 사계절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해수욕장 인근에 47억원을 투자해 내년 5월 완공 예정으로‘새만금 해넘이 명소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안에 45m 높이의 타워를 세우고 무인도까지 700m 길이의 짚라인을 설치하는 한편 다리로 연결된 인근 무인도에 해넘이 전망대를 지어 선유팔경 중 최고인 선유낙조의 장엄함을 감상토록 한다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선유도의 다리 연결에 반드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섬 주민들은 기쁨도 잠시, 시간이 갈수록 한숨만 늘고 있다. 섬에 살면서 평생 겪은 수많은 불편 때문에 처음에는 육지와 연결된다는 감격과 기대가 컸지만 이제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다. 정종국(46) 선유도 관광진흥회장은 “이미 섬의 60% 이상이 외지인 땅이 됐다. 다리가 연결되면 외지 자본과 상술이 밀물처럼 들어올 텐데 우리 원주민들은 경쟁력이 약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주민들은 우선 섬과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연륙교 개통 후 섬에 자동차 진입을 차단시켜 달라고 군산시에 요구하고 있다. 선유도에는 주차장이 거의 없어 수 백대의 자동차가 들어오면 섬 전체가 마비가 되고 환경훼손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종철(46)씨는 “주민들은 연륙교 입구인 새만금 방조제 인근에 대형 주차장을 설치해 셔틀버스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방안을 제안했다”면서 “선유도에 있는 40여대의 차량도 모두 섬 밖으로 내놓고 통행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차량 통행이 섬 주민 불편과 자연환경 파괴, 주차공간 부족, 짧은 차량통행구간 등의 이유로 인해 운행을 금지하는 용역을 발주했다”면서 “익산국토청은 국도를 건설하고 차량 통행을 막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시는 긴급차량을 제외하고 친환경 전기차량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군산군도 연결도로 사업은 경기 화성 미군 매향리사격장의 대체 사격장으로 고군산군도의 하나인 직도가 선정되자 정부가 군산시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진행, 2009년 착공됐다. 새만금방조제-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를 연결하는 8.77㎞의 이 도로를 위해 2,778억원이 투입됐고 다리 6개가 놓여졌다.

군산=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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