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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위의 이야기] 알튀세르 이야기

입력
2014.09.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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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주의 철학자인 동시에 이론가였던 알튀세르의 자서전을 읽고 있다.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가 그것이다. 예전에 이미 읽은 것이지만 틈날 때마다 펼쳐보는 책이다. 알튀세르는 자신의 석사논문의 주제를 헤겔 철학으로 정한다. 논문 원고를 타이핑해준 이는 미래의 부인이 될 엘렌. 하지만 알튀세르와 엘렌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기질과 취향의 문제로 자주 부딪쳤고 불화가 깊어지자 엘렌은 차라리 알튀세르에게 자신을 죽여달라는 말까지 한다. 알튀세르 역시 심각한 분열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결국 알튀세르는 62세가 되던 1980년, 엘렌을 정신착란 상태에서 교살한다. 법원은 정상참작을 인정, 아내를 목 졸라 죽인 마르크스주의자에게 법적인 처벌 대신 감호 및 치료를 명령한다. 알튀세르는 이후 적극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해명하는 글을 쓰고 독특한 위치에서 유럽 지성계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 활동을 지속한다. 그리고 72세에 숨을 거둔다. 알튀세르를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지도한 사람은 그 유명한 가스통 바슐라르다. 바슐라르는 알튀세르의 석사 논문에 10점 만점 중 8점을 주었다. 알튀세르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 그의 동료 학자들과 스승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20세기 인류의 지성사를 채우고 있다. 저쪽에서 저렇게 풍성한 지적 서사가 만들어지는 동안 우리 사회에는 이상하고 끔찍한 정치가와 신념가들의 병적인 오만만 가득했을 뿐. 슬프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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